오늘의 사유 : 불완전
요즘 신조어 중에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모, 성격, 학력, 집안, 직업, 자산 - 여섯 개 축의 육각형 그래프에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인간의 유형을 뜻하는 말인데요.
과거의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늘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라게만 보였습니다.
수시로 저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점검하고, 그것들을 하나둘씩 채워나가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완성해야 하는 최종의 퍼즐이 있고, 그 퍼즐을 채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각들을 찾아 모아가는 거죠.
그러고 나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에요.
역시나 제게는 부족하고 필요한 퍼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쫓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나태해지고 게을러진 것만 같고 죄책감이 드는 날들도 있었죠.
그런데 살다 보니 세상엔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았습니다.
노력의 배신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제 인생에서도 서서히 버리는 퍼즐 조각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포기하고 나니 마음의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것처럼 후련하고 가벼워졌습니다.
꼭 잘해야만 한다는 기대와 욕심은 저를 한없이 위축되게 만들었지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과감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도 퍼즐을 채워나가는 일이 끝이 없더라고요. 하나 완성했더니, 또 해야 하는 것들이 끝없이 생겼습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잘 사는 조건'들을 채우며 살다가는, 경마장의 경주마로 살다 퇴역마가 될 것만 같았죠.
그간 생각했던 완벽한 퍼즐은 애초에 환상이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실은 완성된 퍼즐의 모양이 어떤 모양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막연하게 퍼즐을 채워나가면 완성되고 행복해지는 줄만 알았죠.
그렇게 막연하게 하나하나 모은 퍼즐들을 이어 붙이니 어느새 진짜 나를 가려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퍼즐 채우기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삶이란 완벽한 형태의 퍼즐을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모습에서 출발해서 나름의 모양을 빚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정해진 어떤 틀이 있어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모양에 부족한 부분을 덧대기도 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색칠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도려내기도 하고, 또다시 시작하기도 하면서 독창적인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 말입니다.
그 누구와도 똑같을 수 없고,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모양.
비록 세상에서 통하고 알아주는 완벽한 육각형은 아닐지라도, 나만의 모양으로 공들이고 정성스럽게 빚어낸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게 진짜 나만의 길을 걷는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 자신이 늘 부족하게 보이는 이유는 완벽한 모양을 기본값으로 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채우려고 애쓰다 보면,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한 공백만이 보입니다.
반대로 '누구나 불완전하다. 나 역시 그렇다' 하고 불완전함을 기본값으로 둔다면,
하나씩 빚어내는 자신의 모습이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제멋대로 생겼지만, 각자 다른 멋이 있습니다.
이제 채워가는 삶보다 빚어내는 삶을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여러분의 삶은 ‘채워가는 삶’인가요, ‘빚어내는 삶’인가요?
사유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