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말이 자주 상처가 되나요?

오늘의 사유 : 상처

by 루누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이상하게 한두 마디가 뇌리에 박혀 잊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갔지만, 어딘가 찝찝하고 미묘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아 혼자 그 자리로 돌아가서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됩니다.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도대체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어떤 맥락과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저만의 결론에 이르러 서운한 마음이 올라오곤 합니다.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그렇게 혼자 받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기에도 애매하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보다는 그냥 지나가자며 속으로 켜켜이 쌓아두게 됩니다.

그러다 그 사람을 보면 머리 위로 말풍선처럼 그 말들이 둥둥 떠오르지만, 애써 못 본 척합니다.

위로받지 못한 상처와 소명되지 못한 의미는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나만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누군가의 미묘하고, 모호한 말 한마디.

그동안 저는 그런 것들의 진짜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무엇이든 결론을 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일까요,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기질 때문일까요.

그런 뉘앙스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시간을 쓰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떠나보내려 애써도 결국 흔적은 상처로 남게 됩니다.


왜 그런 스쳐가는 말들이 그토록 저에게 중요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저는 상대방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가 너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저를 혹시라도 좋지 않게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그가 했던 말들에서 단서를 찾아내보려 애를 쓴 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그 사람은 저렇구나, 나와는 다르구나, 하고 지나쳤어도 괜찮았을 일입니다.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구나, 스쳐가는 감정이었구나, 하고 흘려보냈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또는 기분이 안 좋았구나, 뭔가 걱정거리가 있었나 보다 하고, 상대방의 것으로 남겨두면 일이었습니다.

그것들을 굳이 제 것으로 가져와서 소화시키려 했던 날들이 많았던 거죠.


타인의 말, 타인의 시선이 그토록 신경 쓰였던 이유는 저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선명하지 않았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잘 몰랐기에, 타인이 보고 평가하는 제 모습이 그만큼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하지만 타인은 저를 저만큼 잘 알지 못합니다.

타인은 저의 일부만, 단편적인 모습만 보며,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하여 주관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어떤 분에게는 제가 실제보다 훨씬 좋은 사람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에게는 별로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사람은 저에게 별로 특별한 관심이 없고, 깊이 생각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지나가버린 말들을 붙잡아 의미를 해부하려는 노력은 상처를 재생산하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일 뿐입니다.

설령 누군가 일부러 상처 주려는 말을 했더라도,

제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제 것이 아닙니다. 냥 공기 중에 떠돌다 사라지는 무의미한 말일뿐이죠.


생각해 보니 정말 깊은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그 순간 아주 명징하게 제 마음을 찌릅니다.

제가 가장 잘 알고 느낍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게 되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적당히응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의미를 다시 묻고, 무례함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방식으로요.


그렇지만 애매하게 지나간 말들은

다시 돌아가지도 말고, 붙잡지도 말고, 해석하려 하지 말고,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여 스스로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말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당신을 상처 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 그 말을 믿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상처를 붙잡고 있지는 않나요?

사유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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