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유 : 운명
요즘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 님의 연주를 자주 찾아보곤 합니다.
2022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는데요.
그때 연주는 정말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의 실력보다 더 놀라운 건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실력이 계속해서 퇴보하고 있으며
자신의 르네상스는 12살 때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고하니, 그 때가 가장 행복하고 순수하게 음악을 즐겼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랍니다.
자신이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할 때가 가장 수준이 높았다니, 남다른 음악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연습벌레입니다.
한 음을 치기 전에 마음속으로 그 소리를 먼저 상상하고,
그 첫 음이 자신의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요.
첫 음이 마음을 강타해야만 두 번째 음을 치고,
두 음이 이어져 다시 마음을 울릴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음 한 음을 사력을 다해 완성해 나간 결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게 됐죠.
저는 타고난 재능을 발견해서, 자신의 노력을 더해 마침내 돈과 명예까지 얻는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습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운명을 타고난, 선택받고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동시에 특별히 잘하는게 없는 저와는 아주 먼, 딴세상 이야기라고 여겼죠.
그런데 임윤찬님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세상과 떨어져 오직 피아노만 치며 살고 싶다고요.
속세의 명예나 돈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음악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연주를 할 때는 자신이 이토록 좋은 음악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거장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고 하더군요.
그에게 음악이란 성공을 향한 수단이 아닌, 오직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목적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순간 '진짜 운명은 그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진짜 운명은 그 자체를 즐기게 하는 무언가이자,
한없이 잘하고 싶게 하고, 아이처럼 순수해지게 만드는 것이구나.'
그런 순수함 속에 발견되는 것이 진짜 자신의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과정 속의 고통조차도 즐기게 되고, 한없이 잘하고 싶어지고, 잘하게 되면 결국은 세상이 알아주게 됩니다.
그러면 돈과 명예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됩니다.
돌아보면 저는 ‘살고 싶은 삶’보다는 ‘살아내는 삶’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것들을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고, 결과를 먼저 떠올려보고 결과가 보장된 것들을 좇아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살아내려고만 애쓰는 사이에 운명을 스쳐 보낸 건 아닐까?
‘먹고 사는 방법’만 찾느라 '행복해지는 방법'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무엇을 할 때, 순수한 마음으로 깊이 몰입했던가?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던 적은 언제인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그런 순수함 속에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여러분을 가장 순수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유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