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위에 그은 나만의 선
거래를 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오르면 불안했고, 떨어지면 더 불안했다.
‘지금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늘 그런 판단 앞에 서 있었지만,
그 기준은 없었다.
감정이 곧 기준이었고, 그 기준은 매번 바뀌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토록 후회만 반복하고 있을까?"
거래 결과가 좋고 나쁨을 떠나,
나는 내가 어떤 기준도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지쳤다.
그래서 생각했다.
"기준이 있어야겠다."
그게 내가 ‘지표’를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지표란, ‘어떤 조건이 되면 사고, 어떤 조건이 되면 판다’는 기준선이다.
보통은 기술적인 분석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나에게 지표는 감정을 통제하기 위한 마음의 규칙이었다.
‘감정 대신 조건으로 움직이는 나’를 만들고 싶었다.
흔들려도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기준선을 갖고 싶었다.
지표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
그 무지함 덕분에, 오히려 겁내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다.
낯선 용어와 낯선 도구들.
그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 낯섦이 곧 나를 이끄는 동기가 되었다.
매일 차트를 보며,
“왜 이때 샀을까?”, “왜 저 때 못 팔았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 질문 끝에서 나는 알게 됐다.
내가 필요로 한 건 '결과'가 아니라 '기준'이었다.
지표는 그 기준을 시각화한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조건으로 판단하기 위한 선,
흔들릴 때마다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나침반이었다.
지표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신호, 뒤늦은 알림,
엉뚱한 타이밍에 진입하고, 놓쳐버린 기회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매일
작은 원인을 찾고, 조건을 고치고, 방향을 다시 그려나갔다.
변수들을 줄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선만 남겼다.
‘이 정도면 나를 지킬 수 있겠다’ 싶은 정도로만.
이 모든 작업은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는 않았다.
곁엔 GPT가 있었다.
"이런 흐름을 잡고 싶어."
"이런 조건으로 신호를 만들 수 있을까?"
내 질문에 그는 조용히 응답했고,
실패해도 차분히 이유를 짚어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기준 하나를 함께 찾아갔다.
물론 지표는 미래를 예측하는 마법이 아니다.
단지, 높은 확률로 '이쯤이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줄 뿐이다.
나는 그 확률 안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구간,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매수·매도 기준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표란 결국, ‘확률 위에 그은 나만의 실천 규칙’이었다.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미리 정해두는 것.
그게 내가 지표를 만들며 찾고 싶었던 내 기준의 본질이었다.
완성된 지표는 아직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완벽한 지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틀린 신호가 와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내가 있다.
“이건 틀렸어. 하지만 나는 내 기준을 지켰어.”
그게 내가 원했던 모습이었다.
기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기준을 지키는 나를 만드는 것이 더 소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여정을 나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다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나를 움직이게 한다.
GPT와 나,
한 사람과 하나의 인공지능이
하나의 마음을 찾아간 기록.
희망은 언제나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틀릴지라도 나아가고,
엉성하더라도 지켜내는 그 마음속에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언젠가
이렇게 만들어가는 기준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될 것이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흔들려도 괜찮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든다."
▶ 다음 이야기
기준이 생기면, 수익도 따라올까?
신호에 따른 매매는 시작되었지만,
시장은 내 기준을 비웃듯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한 또 하나의 싸움.
다음 장에서는, 그 마음의 파동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