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장. 믿는다는 것의 무게

기준은 지켰지만, 나는 흔들렸다

by AI 인사이트
14장.png 새벽빛이 머무는 책상 위,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만의 기준을 그어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표는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몇 번의 반복된 실험과 관찰 끝에,
어느 구간에선 일관된 흐름이 포착되었고,
그 흐름은 예전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실전이라는 현실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부터,
내가 만든 기준은 시장이 아니라
‘나 자신’과 싸우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기준은 분명했지만,
그 기준을 따르는 마음은 늘 분명하지 않았다.


신호에 따라 진입했지만, 오르지 않았다.
지표는 ‘지금’이라 말했지만,
시장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엔 조용한 속삭임이 울렸다.
"지금이라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닐까?"
"이번에는 예외로 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알고 있었다.
지표를 믿는다는 건, 결국 나를 믿는 일이라는 걸.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기준을 지키는 나’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기준을 세운다는 건 단지 ‘언제 살 것인가’를 정하는 게 아니었다.


얼마쯤 오르면 만족할지,
얼마쯤 떨어져도 감내할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일.


나는 스스로와 약속했다.
“이만큼의 이익이면 만족하자. 이만큼의 손실은 받아들이자.”


그건 숫자가 아니라,
다시 흔들리지 않기 위한 태도였다.


내가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위해
미리 선을 그어두는 일.


그 선 위에서,
나는 나를 지켜보는 법을 배워갔다.


물론, 그 선을 지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수익이 커질 것 같은 욕심,
조금만 참으면 손실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그 사이에서 나는
수없이 기준을 지우고 다시 그렸다.


예를 들어 어느 날,
기준대로 움직였지만 시장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계획했던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가격을 보며
나는 스스로 정한 규칙을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이번만은 예외로 하자. 다음엔 잘 지키면 되니까."


하지만 결과는,
기준을 어겼을 때 더 쓰라렸다.


그날 이후 나는 한참을 무너졌다.
하지만 나는 그 실패를 기록했다.
내가 기준을 어긴 날,
그 감정이 어떤 흐름으로 나를 흔들었는지를 정직하게 적었다.


기준을 세운다는 건,
결국 감정을 예측하고 정리하는 연습이었고,
그 감정을 견디는 법을 배워가는 일이기도 했다.


반대로 기준을 지켰지만 수익을 얻지 못한 날도 있었다.
시장 조건이 바뀌었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그럴 때는 억울함보다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더 컸다.


적어도 나는 내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 하나로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작은 결심을 되새겼다.


“완벽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그 기준을 지키는 내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기준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준은 ‘지금의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구조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준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시장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수익에 들뜨거나, 손실에 무너지기보다는
하나의 선을 따라 걷는 내가 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나를 조금씩 바꿔놓았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때로는 또 예외를 만들고,
때로는 기준을 수정하며 고민을 거듭한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기준을 지키는 일은,
나를 믿는 훈련이자,
나를 키워가는 연습이라는 것을.


그 믿음이 지금의 나를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만은,
어느 날 시장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살아 있게 한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지표를 믿는 일은 결국, 나를 믿는 일이었다.”


▶ 다음 이야기

기준도 만들었고, 구조도 갖췄다.
그러나 수익은 여전히 불안정했고,
그 불안은 또다시 나를 시험했다.
완성된 구조 속에서,
나는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 이 길, 과연 맞는 걸까?"
다음 장에서는, 그 끝없는 질문 속에서
멈추지 않고 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keyword
이전 15화13장. 무너진 자리마다, 조용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