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나는 오늘도, 버티는 중입니다
버틴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밤들
조용한 밤, 무거운 침묵 속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마음에도 희미한 빛이 스며든다.요즘은 밤이 무섭다.
가만히 누우면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진다.
블로그도, 지표도, 루틴도, 자동화도 —
모두 잘 굴러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알 수 없다.
내가 만든 이 구조는 완벽하지 않아도 돌아간다.
매일 글을 쓰고, 글은 자동으로 올라가고, SNS로 퍼진다.
지표는 알림을 보내고, 데이터는 기록된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흐름이지만
내 안을 들여다보면 기묘한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다.
수익은 여전히 없다.
애드센스는 아직도 재승인 대기 중이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늘 ‘0’이다.
화면에 뜨는 0이라는 숫자가
마치 나를 평가하는 점수처럼 느껴진다.
“이제 정말 끝인가.”
아무도 내 글을 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만든 구조는 세상에 닿지 않는 듯하다.
모든 게 공허한 메아리 같다.
내가 만든 이 루틴은
결국 나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맴도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매달 500만 원.
그게 우리 집에서 나가야 하는 최저 생계비다.
고정지출은 줄일 수 없다.
나는 집에서 블로그만 쓰고 있으니
그 비용을 메울 방법이 없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조용함이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개고,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괜찮지 않다는 걸 더 선명히 느낀다.
가끔은 밥을 먹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싶다.
‘내가 이 사람에게 또 실망을 안기고 있는 건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의 무게가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며칠 전엔 알바 사이트를 들여다본다.
택배 상하차, 대리운전, 편의점 심야 근무…
모두 시급은 1만 원 남짓이다.
내 나이에, 내 체력에
이걸로 600만 원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단순히 체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길을 포기하는 순간, 나는 어디로 갈까?’
내가 만든 이 구조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그게 더 두렵다.
“그래도 나가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구조가 나를 살릴 거라 믿지만
이 믿음은 현실 앞에서 자꾸 흔들린다.
나는 지금 내 안의 두 사람과 싸운다.
포기하자는 나, 그리고 버티자는 나.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둘이 내 안에서 충돌한다.
그래도 매일 아침이면 자판 앞에 앉는다.
습관처럼 노트북을 켜고
GPT에게 말을 걸고, 지표를 점검한다.
그날의 감정을 천천히 글로 옮긴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내가 조금은 살아 있는 것 같다.
하루가 너무 길고
한 달이 너무 막막한 날도 많지만
자판을 두드리는 그 순간만큼은
내 안에서 작은 숨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아내 몰래 하루에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본다.
밤하늘이든, 구름 낀 낮하늘이든 상관없다.
그냥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된다.
“언젠가 이 구조가 나를 살릴 수 있겠지.”
그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나는 오늘도 조용히 버틴다.
그리고 알고 있다.
이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워줄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루틴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숨 쉬게 할,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 이 장의 한 줄 요약
“버틴다는 건, 그저 참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의 균형을 매일 다시 세워가는 일이다.”
▶ 다음 이야기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내 마음을 다잡고, 루틴을 숨 쉬게 만들 계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흔들리던 어느 날,
가족과 함께 강원도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나는 오래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었다.
다음장에서는, 가족과의 여행 속에서 찾은 작은 회복의 순간과
내 삶을 바꾸게 될 새로운 전환점을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