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설렘과 함께 가장 많은 갈등이 생기는 순간은 단연 드레스 투어입니다.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일은 단순히 한 벌의 옷을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신부님의 오랜 꿈, 부모님의 바람, 신랑님의 눈빛, 친구들의 조언, 원장님의 손길, 웨딩플래너의 경험까지 —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는, 결혼 준비 과정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입니다.
저는 13년 동안 웨딩플래너로 수많은 커플을 만났습니다.
신부님들이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시는 순간, 제 심장도 늘 두근거렸습니다.
그 장면은 아무리 지켜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결혼식이라는 단 하루를 위해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그 순간, 신부님의 눈빛 속에 깃든 설렘과 두려움을 저는 수없이 지켜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신부님들은 드레스 투어를 3곳 이상 다니며 비교하시곤 합니다.
요즘은 드레스 투어 비용도 별도로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웨딩플래너로 일할 당시에는 신부님들을 굳이 여러 샵으로 모시지 않았습니다.
경험상, 웨딩플래너는 신부님의 체형만 보아도 대략 어떤 드레스가 어울릴지 감이 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시는 순간, 제 머릿속에는 이미 몇 벌의 드레스가 그려졌습니다.
“어깨가 좁으시니 오프숄더보다는 보트넥이 더 잘 어울리시겠다.”
“키가 크시고 골반이 있으니 머메이드 라인이 돋보이시겠다.”
실제로 드레스를 입혀보면, 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부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괜히 투어비를 쓰시지 마시고요, 제 경험을 믿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만약 추천해드린 샵에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없으면,
신부님들은 샵을 나오시자마자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곧바로 다른 웨딩샵으로 연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실장님, 역시 실장님 말씀이 맞았어요. 추천해주신 곳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그 목소리에 담긴 안도와 기쁨은, 제가 플래너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웨딩드레스 샵은 단순히 드레스를 대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샵마다 드레스의 철학, 원단의 질, 원장님의 감각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특히 고급 드레스 샵일수록 원단의 무게감과 질감, 광택감이 다르고, 사진에 담겼을 때의 빛마저 달랐습니다.
저는 신부님들께 늘 “드레스는 결국 원장님의 손끝에서 완성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같은 화이트 계열의 드레스라 하더라도, 원장님의 철학과 감각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탄했던 샵 중 하나는 **에고○○○**라는 웨딩드레스 샵이었습니다.
청담쪽에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없어진 곳입니다.
그 원장님은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예술가이셨습니다.
베라왕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았고, 때로는 그 이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디자인,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섬세한 손길.
그분의 드레스는 신부님의 몸을 감싸는 순간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듯했습니다.
제가 만난 신부님들 100명 중 100명이 그 샵을 만족해하셨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분을 감히 ‘예술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드레스 투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신랑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쁜데?”
신부님께서는 답답해하시곤 합니다.
“자기는 왜 맨날 다 예쁘대? 제대로 좀 말해봐.”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신랑님의 눈에는 정말 모든 드레스가 예쁩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그 드레스를 입고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랑님은 전문가가 아니고, 디테일한 라인의 차이를 구별하시지 못합니다.
그분께는 신부님 자체가 이미 눈부셔서, 어떤 드레스를 입으셔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부님들께 조언드렸습니다.
“신랑님께 ‘이게 예뻐, 저게 예뻐’라고 묻지 마세요. 괜히 갈등만 커집니다.
차라리 웨딩샵 원장님이나 플래너의 의견을 듣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웨딩드레스는 단순히 ‘예쁜 것’을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체형, 분위기, 신부님의 선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집니다.
팔뚝살이 있다고 긴팔로 가리면 사진에서는 오히려 더 두꺼워 보입니다.
상체에 비즈가 많은 드레스는 키가 크신 신부님께 비율을 살려줍니다.
하체에 비즈가 많은 드레스는 키가 작으신 신부님께 균형을 맞춰줍니다.
너무 화려한 드레스는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머메이드 라인은 골반과 힙 라인이 뚜렷한 신부님에게만 진가를 발휘합니다.
이런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많은 신부님들이 리허설 촬영 후에 후회하셨습니다.
“왜 내가 그때 이걸 골랐을까…”
그러나 사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강조했습니다.
“드레스 선택만큼은 전문가를 믿으세요.”
드레스 투어는 신부님의 설렘과 긴장이 가장 크게 교차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신부님은 완벽을 꿈꾸시고, 신랑님은 모든 게 예쁘다고만 하십니다.
어머님은 단아함을 원하시지만, 신부님은 화려함을 원하십니다.
친구들은 SNS에서 본 드레스를 추천하며 신부님의 눈을 흔듭니다.
그 모든 의견이 좁은 피팅룸 안에서 충돌합니다.
작은 불씨는 금세 갈등으로 번지고, 드레스 투어의 하루가 눈물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순간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래서 신부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드레스는 욕심으로만 채울 수 있는 옷이 아닙니다.
사진으로 남을 시선, 시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기준으로 고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의 내가 가장 편안해야 합니다.”
결혼식은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웨딩홀 실장님, 드레스샵 원장님, 메이크업·헤어 실장님, 리허설 촬영 기사님, 헬퍼 이모님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이 한 커플을 위해 함께 움직입니다.
그분들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결혼식을 연출하는 공동 연출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랑·신부님들께 늘 강조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밝은 태도 하나가 서비스의 질을 바꿉니다.”
친절한 신랑·신부님께는 업계 사람들도 더 세심하게 반응합니다.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드레스 투어는 단순히 드레스를 고르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신부님의 설렘, 신랑님의 서툰 사랑, 부모님의 바람, 친구들의 조언,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의 노력이 겹겹이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내느냐입니다.
신랑님께 괜히 화내기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친구의 조언보다는 나 자신의 눈과 마음을 믿으며,
사진으로 남을 순간을 상상하면서 드레스를 고르신다면, 드레스 투어는 갈등의 자리가 아니라 평생 잊지 못할 설렘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결혼 준비는 단순히 드레스를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갈 길을 그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스 앞에서 설레는 마음도, 작은 갈등도 결국은 서로를 더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됩니다.
완벽한 드레스가 아니라, 내가 가장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드레스가 정답일지 모릅니다.
그날의 순간은 사진 속에 남지만, 두 사람의 태도와 마음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플래너로서 수많은 신부님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은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친절한 말,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서로를 향한 사랑 — 이것이 결국 가장 빛나는 드레스가 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