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에는 진심이 담겼는가?

절제

by 김소영


진심이 마케팅이 되는 시대다. 진심을 과연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진심을 메케팅으로 쓸 수 있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난해하다.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듯이.


살다 보면,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는 행운이 들어오지 않는다. 하기 싫지만 생계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이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하다 보니, 누구보다 잘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행을 싫어하는데 여행 관련 콘텐츠 제작자가 된다거나, 팥을 싫어하는데 팥으로 만든 간식이 유명해져서 잘 팔린다거나.

그런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잘할 사람인데,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한 상태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취미 활동하듯이 가슴 설레며 밤을 새워 일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원하는 결과를 맺지 못하고 돈도 벌 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일을 그만두고 싶어질 수도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이 생업이 되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일의 생명은 위태해진다.


누군가를 억지로 사랑할 수 없듯이 일도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우리는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저울질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옛날처럼 굶어 죽을 정도까지는 아닌 시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진심을 다하지만, 수익이 기대보다 낮다면 시험대를 거치고 있는 과정이다.


어떤 사랑이든 서로를 시험하는 단계가 있다. 죽음을 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사람을 사랑하듯 사랑하는 일이지만, 이별을 고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과감하게 퇴사하고 다른 길을 가야 할 때일 수도 있다.

당신이 하는 그 일에는 진심이 담겨있을까? 지금 어떤 수익도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고 심지어는 당신의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아무리 사랑해도, 사랑하고 에너지를 쓰는 만큼 10분의 1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일을 사랑하고 모든 걸 걸었고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화려한 결과물이 없고 심지어 당신의 마케팅은 조잡하기 그지없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타사의 마케팅에 비하면 열악하다.


그 일에는 당신의 진심이 담겼지만,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당신의 한마디 말들은 당신의 진심과 당신의 장점을 깎아먹기 일쑤다. 말하지 않아도 진심을 알아듣고 사람을 기다려 주는 시대는 아니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들이 결정되는 시대다.


모질지 않고 과감하지도 않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의 진심을 조금 비틀어보는 일일 수도 있다. 늘 가던 대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다른 길을 활보해 보면 어떨까?

여태껏 남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현명한 조언자의 말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일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진심을 알리는 일에는 서툴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느 날 당신의 존재를 알고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이 뒤늦게 다가온다면 어떡할 건가요?

결과에 실망해서 지금 막 다른 길을 찾아 나서려는 그때서야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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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취미처럼 즐겁게 일한 분야이지만, 당신은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고 당신의 일을 사랑한 만큼 상처도 깊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의 휴식을 취하고 일어나 보니, 당신은 진심으로 당신의 일을 좋아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아직 엄청난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신이 당신의 일을 사랑한 것 자체가 이미 보상을 준 셈이다.

일은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하고 당신의 욕망과 욕구도 조정 기간을 지나 한층 성숙해진다.


메이저 타로카드의 14번 절제 카드는 당신처럼 늘 마음을 다스린다. 한 사람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서로가 맞지 않아서 오해할 수도 있고 쓰라린 이별 통보를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당신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당신의 토양과 온도와 적합한 때가 되면 사랑은 다시 싹튼다. 모든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살아나는 봄일 수도 있고 모든 생명이 움츠러드는 한겨울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서 꽃 피는 시기가 있다. 목련은 봄에 피고 장미는 초여름에 피어난다. 선선한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고 동백은 혹독한 추위를 즐기듯 겨울에 핀다. 당신이 피어나는 계절이 다를 뿐, 아직은 실망할 때가 아니다.


당신의 진심은 흙 속에 뿌리를 탄탄하게 내리고 꽃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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