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착해서 아픈 사람

검 8번의 마음

by 김소영

착한 사람일수록 인생을 힘들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 가게에서 그는 나의 행동에 상처받았을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의 말 한마디 나의 행동과 눈빛이 그에게 생각지 못했던 상처를 입힌 건 아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서 되씹는다.


따져보면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도 자신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고 싶지 않다. 섬세한 성격이라 더 그렇다.


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윤동주 시인의 마음과 닮았다. 여리고 아름답다. 연약하고 곧 스러질 듯이 투명한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얕잡아 본다. 왠지 이 사람 앞에서는 어떤 경쟁을 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오만한 마음이 싹튼다.


그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어떤 악행에도 물들지 않고 그대로 쑥쑥 자라나 어른이 된 모습처럼 보일 수 있다. 약한 사람은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될 위험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약한 사람을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본다.


그는 어린 시절의 순수를 잃지 않았지만, 세상은 그 순수를 약점으로 삼는다. 살아남으려고 그는 ‘아픈 척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드디어 그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착한 심성은 스스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잘못은 극소화시키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은 잘못이 아닌데도 극대화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스스로 포박하고 교묘하게 괴롭히며 못되게 굴기 시작한다.


왜 타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이렇게 모질게 구는 걸까.

'남에게 착하면 뭐 하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살벌하게 판단하고 정죄하고 있는데. 착한 것도 병이다.'

이렇게 내면의 목소리까지 동원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


그가 학업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고 승진을 거듭해도 그의 성품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아프지 않은 척 어느 정도는 연기를 해야 한다.


세상은 놀부가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착하게 살면 흥부처럼 가난해질까 두려워, 사람들은 점점 놀부의 방식을 배워간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성공한 놀부’가 많다. 반면 ‘바람에 이는 잎새에도 괴로워하는’ 흥부에 가까운 당신은

이제 그만 자신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선하고 여리며,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죽어도 하기 싫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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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속에서도 이런 사람은 있다. 검 8번의 인물처럼, 눈을 가리고 스스로를 묶은 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검 8번의 모습을 한 당신은 선한 사람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보다 선할 수 있을까.


타인의 큰 잘못엔 쉽게 관대하면서, 자신의 작은 실수 하나엔 오래 매달리는 당신! 당신만이 당신의 잘못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확대해 왔고, 결국 스스로를 묶어버렸다.


상상 속의 밧줄은 생각보다 느슨하다. 팔과 몸을 묶은 줄은 쉽게 풀린다. 이제는 안대를 벗을 차례다.

스스로 만든 안대를 벗고, 하늘을 바라보라. 문제로부터 걸어 나오라. 그리고 어서, 당신이 서 있는 뒤편의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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