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인 걸까

by Grace k

2021년에 쓰여진 어느 작가님의 글에서
내가 응원하는 가수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 순간이 아마 내 덕후기질을 인정하는

트리거였을 것이다.
4년 전 써진 글에
팬레터 같은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나도 오랜 팬이라는 걸,
가삿말에 놀라고 존경심을 담아 필사까지 했다는
작은 TMI까지 보탰다.
그 작가님의 다른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또 같은 가수의 흔적이 보였다.
내적 친밀감이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간신히 누르고, 댓글이 아닌 단상을 적어본다.
처음 들었던 그 가수의 노랫말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늘을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전하는,
슬픔이 배인 위로.
손톱이 까이도록 밑바닥을 긁어낸 인생이
나누는 깊은 공감.
때로는 통렬하고, 지독하게 서늘한
사회 고발의 메시지.
그렇게 나는 그 가수를 응원하게 됐다.
새 앨범이 나오면 먼 나라에 나와 살아도
알음알음의 방식으로 소장한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존경하거나 응원하는
외사랑 같은 시절이 몇 번 있었다.
지금의 가수가 그렇고,
존경하는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글들이 그랬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고유의 작품’을 남겼다는 것이다.
미술품이나 공예품처럼 희소가치가 높아
소장하기 힘든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행 가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작가님의 책을 사 왔다.
가수의 앨범과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은
콜라보하듯 나란히 내 방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음악은 주로 출시된 음원을 통해 듣는다.
그래도 앨범을 보고 가사를 음미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책은 반복해서 몇 번을 읽어도
늘 새롭고 깊다.

존경하던 목사님의 책도 그 옆에 놓여 있다.

밴쿠버를 찾으셨을 때도 한달음에 쫓아갔고,

한국을 방문하면 꼭 합정동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교회를 찾아 말씀을 경청했다.

그분의 책들도 거의 대부분 사 왔으니

이 세 분은 내 덕후 생활의 모델인 셈이다.


좁고 불편한 영성의 길을 택하시고

묵묵히 실천해 오신 목회자의 삶,
박완서 선생님의 근 현대사를 훑으며

써오신 예리하고 때론 뭉클한 통찰의 글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보다는

배를 고치며 가겠다는 가수의 철학이 가득한 음악.
그 울림 있는 삶과 작품세계를 흠모하는 나는
행복한 덕후다.

글의 통찰과 깊이를,
음악인의 진정성과 열정을 닮아가고 싶다.

깊은 팬심에서 발현한 그 마음이

아주 조금이나마 괜찮은 팬으로 남을

자격이 되어주면 좋을 거란 욕심이다.


덧붙힘)

존경하는 목사님과 내가 응원하는

가수는 아버지와 세 째 아들 사이임을

후에 알게 되었다.

어딘지모를 결의 닮음에

깊이 공감했었다.

나의 일관된 취향(?)에도

저으기 놀랐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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