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불행을 끊임없이 잊어버리고 삼킨다
나의 위선을 숨길 수 없었다
불행할 걸 알면서도 상처받고
며칠 내내 몸살을 앓을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불렀고 최대한 맞춰주었고
나에게 있는 무언가라도 주기 위해
동생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했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 한 권을
마음에 들어 하며 가져갔다
주인공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맞는 것보다 무릎 꿇는 것이 더 비참하다’라고
아우슈비츠 수용자였던 파해자들이
느꼈던 비참함, 비굴함 등은
내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물론 상황은 그들이 더 처참했겠지만 말이다
나와 비슷한 비참함, 비굴함 등을 느꼈던
그 생존자가 쓴 책을
가해자였던 동생에게 선물했다
그 피해자가 쓴 책이 동생에겐
원동력이 될 책이란 것..
그걸 동생은 알까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미워해야 할까 용서해줘야 할까
어중간하다 만나면 맞춰줘야 하는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며
모든 것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았던 존재가
이제는 다른 사람같이 느껴진다
3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아주 멀어졌다
가까워지고 싶기도 하지만 두려운 존재
가족, 명칭은 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