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이는 처음부터 내가 아파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자기랑 잘 맞고 재밌고 귀엽고 예쁘면 된다고 했다
공방에서 수업을 듣고 댕이를 만나기로 한 날
저기 아직 서툰 마음처럼
촌스럽고 큰 핑크 장미 다발을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나는 부끄러워 촌스럽다며 놀려댔고
댕이는 그저 실실 웃었다
남자가 이 꽃을 들고 오기까지
얼마나 창피했을까
그리고 기다리며 이 선물을 주기 위해
얼마나 떨렸을까
싶은 생각에 1차 감동을 먹었다
내가 댕이에게 준 선물은
수제 핸드메이드 수달 인형이었고
댕이는 고맙다며 연신 실실 또 웃어댔다
심장이 너무 뛰고 불안해서 공황이 올 것 같았다
아직은 낯설어서 너무 불안했다
결국 비상약을 뜯었고
편의점에서 물을 사줬다
급히 약 뜯어서 먹는 나를 보고도
댕이는 이상하게 보지 않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2차 감동을 먹었다
공방 근처 월화원이라는 곳을 데리고 갔다
이런 곳을 데리고 와줘서 고마웠다
댕이 마음처럼 아름다웠다
인생샷을 찍어준다며
천천히 걸으라니까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정말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 모습에 나는 빵 터졌다
수줍게 손을 잡고 돌아다니다가
근처에서 댕이는 비빔국수
나는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아주 천천히 먹길래
왜 이렇게 못 먹냐며
장난도 쳤다
계란말이가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려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로 주셨는데
기다리는 동안 배가 다 차서
다 못 먹었다
계란말이도 배불러서 억지로 둘이 겨우 나눠먹었다
벤치에 앉아서 다시 이야기를 좀 하다가
아빠가 이 꽃을 보면 설명하기 애매해서
위치추적 앱으로 아빠가 집에서 나갈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집까지 날 바래다줬다
헤어지는 길
그날 댕이는 하이파이브에 손깍지를 잊지 않았다
저번에 손 잡는 기회를 많이 놓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고 했기 때문이다
원망스러울 것까지야 하며
나에게 또 웃음을 주었던 댕이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카톡으로 댕이는
만난 지 하루 반나절 조금 지나고 고백을 질러버렸다
나는 오래 만나고 싶다며 조금 더 있어보자고 했지만
댕이는 싫냐며 나에게 물었다
싫진 않았다
대신 직접 와서 말하라고 했다
댕이 다운 촌스러운 꽃다발도,
수줍은 손깍지도,
이 서툴고 성급한 고백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