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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by 희지

우린 성당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다

이 성당에서 처음 미사를 드리고

왠지 모르게 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사회불안장애 때문에 긴장을 늘 하고 있는

내가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드린 미사였다


내가 처음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사가 끝나고 뒤풀이가 즉흥적으로 이어졌다

청년 회장님은 처음 보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건네주셨고

혼자 드린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을 대하려니

긴장을 좀 심하게 한 채로 뒤풀이를 하러 갔다


언니들은 서로 친해 보였고

나는 앞으로 그 틈에 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언니 중 한 명이 마늘 통닭을 좋아해서

마늘 통닭을 사러 둘이 나가셨었고

댕이는 주방으로 가서 사람들과 세팅하느라 바빴었다


사서 돌아온 댕이는 사람들 틈에서

이 침묵을 깨고자 혼자서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활발한 성격인 줄 알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마음에 들었다


내가 편안함을 느낀 것은

댕이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하는

선한 성격에서 나오는 습관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댕이는 와인을 조금 먹자 얼굴이 시뻘게졌다

나는 긴장을 심하게 한 채로 마늘 통닭과 망고 주스를 번갈아 마시며 미각도 서서히 버거워하고 있었다

단 거에 단 거..

그 이후로 망고 주스가 싫어졌다


버티고 버티다가 이제 드디어 자기소개 시간이 왔다

댕이 이름을 곱씹고 곱씹었다

이름도 예쁘고 특이해서 기억하기 쉬웠다


그렇게 첫 만남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댕이는

그렇게 오래도록 쳐다본 신자는 없었다고 말했었다


우리는 첫 만남에 서로의 마음에

한 발자국씩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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