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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일

by 희지

오늘 시간이 되냐는 말에

댕이는 시간이 안 된다고 말했다

내가 오늘 아니면 고백을 안 받아준다는 말에

댕이는 갑자기 오늘 시간이 된다면서

말을 바꾸고 나에게 불이 나게 달려왔다

결국 댕이는 썸탄지 2일 만에 고백을 질러버렸다


그날은 아빠가 다시 폭력을 쓴 날이기도 했다

나는 울면서 댕이에게

나 이렇게 사는 사람인데 괜찮겠냐고

나는 이렇게 산다고 말했다


놀란 댕이는 일단 빨리 가겠다고 말했다

울고 있는 나를 달랜 뒤

댕이는 내 손을 잡고 너무 이르긴 하지만

이제는 썸을 끝내고 나랑 사귀자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라고 대답했다


서로 손을 잡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댕이가 끼고 있던 묵주 팔찌가 눈에 보였다

1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나랑 사귈 거면 그거 빼라고

내가 다시 사준다고 말했다

그러자 댕이는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손에 불이라도 붙은 듯

그 자리에서 급하게 그 묵주 팔찌를 빼버렸다


1년을 넘게 무서워서 안 뺐던 묵주 팔찌를

나 때문에 뺀 것이었다

이 겁쟁이가 나 때문에 이 묵주 팔찌를 빼다니

그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감동을 먹었다


둘이 벤치에 앉아 뭐 할까 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을

검색해서 서로 주고받았다

서로에 대해 이미 알아서 필요 없는 질문도 있었고

한참을 생각할만한 질문도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살짝 버거워서 다 하지는 못했다


아쉬워하는 댕이를 지하철역에서 배웅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기념일과 생일 디데이를 설정해 놨다

카톡으로 보내주며 댕이도 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댕이 별명은 모지리가 되었고

내 별명은 띨띨이가 되었다


벙쩠지만 댕이가 띨띨이가 좋다며

내 별명을 띨띨이라고 지은 것을

굉장히 뿌듯해하고 좋아했다


그렇게 2025년 5월 15일

그날부터 우린 1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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