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기는 누구의 것일까

#향기저작권 #냄새저작권 #냄새상표 #화장품상표

by Elly K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득 익숙한 향이 스쳤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건 화장대 앞에 앉아 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 설화수 향이다.'


이름을 듣지 않아도 로고를 보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향기 하나가 기억을 꺼내고 브랜드를 불러낸 순간이었다.


그리곤 이런 물음이 생겼다.
"이 향, 브랜드의 정체성으로서 보호받을 수는 없을까?"




황금이나 부동산 같은 유형의 재산만큼, 오늘날 점점 더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지식재산입니다. 음악도, 그림도, 글도 이제는 하나의 재산으로서 인정받고 있지요. 그렇다면 향(香)은 어떨까요?

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조향사들이 끝없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향' 역시 창작물로서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향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은 있습니다. 조성물 특허를 통해 특허권을 확보하거나, 냄새상표로 등록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요. 그러나 아직까지 냄새가 상표로서 등록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은 이미 강력한 브랜드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향기를 맡고선 단번에 “아, 엄마가 자주 쓰던 화장품이다” 하고 떠올렸죠.

향만으로 특정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것은 눈으로 보는 로고 못지않은 힘을 지닌 상표가 아닐까요?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시도가 앞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테니스공의 특유의 고무 냄새, 장난감 찰흙의 과일 향기가 상표로 등록된 사례가 있고, 유럽에서도 ‘풀밭처럼 신선한 냄새’를 특정 상품의 표지로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아직은 드물지만, 향이 브랜드를 구분 짓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법적으로도 받아들인 것이지요.


최근 한국 문화와 전통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방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 특유의 한방 화장품 향, 혹은 국내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시그니처 향이 상표로 인정받는다면 어떨까요? 향기가 단순한 감각의 경험을 넘어 한국 화장품의 정체성과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향기는 공기 중에 흩날리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뚜렷하게 기억되고,

때로는 브랜드보다 오래 남는 것이 바로 향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의 창작물이자, 또 누군가의 추억이 될 수 있는 향기.

만약 향기를 상표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새로운 가능성들이 펼쳐질까요?




[참고논문]

이은경, 김종우. "냄새 창작물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입법적 과제." 입법학연구 22.2 (2025): 26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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