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진짜 비밀은 뒷면에 있다

광고보다 중요한 화장품 전성분표 읽는 법

by Elly K

가을 산에 다녀온 친구가 말했다.

“바람이 시원해서 자외선 차단제를 안 발랐더니, 기미가 생겼어…”

슬픈 얼굴로 하소연하더니,

며칠 뒤엔 미백 에센스를 잔뜩 사 와서는 말했다.

“이것들을 매일 바를 거야. 이번엔 꼭!”


병들에는 ‘나이아신아마이드’, ‘비타민C 유도체’ 등

각종 미백기능성 원료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친구는 물었다.

“이 중에 뭐가 제일 효과 있을까?”


나는 잠시 망설이다,

제품을 뒤집어 전성분표를 살폈다.




화장품을 고를 때 우리는 보통 ‘효과’를 먼저 보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단서는 제품의 뒷면에 있어요.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전성분표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거든요.


「화장품 전성분 표시지침」에 따르면, 전성분은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¹ 즉, 맨 앞에 있는 성분일수록 더 많이 들어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화장품은 ‘정제수(Water)’로 시작합니다. 물은 화장품의 기본이 되는 성분이니까요. 그런데 만약 내가 주목한 성분이 가장 끝에 있다면… 그건 조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다만, 모든 성분이 순서대로 나열되는 건 아닙니다. 1% 이하로 들어간 성분, 향료, 색소는 순서를 지키지 않아도 돼요. 그래서 전성분표의 뒷부분에 향료, 색소 성분과 함께 등장하는 성분들은 1% 이하로 아주 소량만 들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성분표를 통해 함량을 가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일부 성분은 최대 사용 허용량이 정해져 있거든요. 예를 들어, ‘시녹세이트’는 자외선 차단 성분으로 최대 5%, ‘페녹시에탄올’은 보존제로서 최대 1%까지만 허용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식약처 고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별표 2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분들이 성분표에 있다면 그 위치를 기준으로 앞뒤 성분의 함량을 대략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녹세이트와 페녹시에탄올 사이에 A 성분이 들어 있다면 그 A 성분은 대략 1~5% 정도 함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거죠.


많은 소비자가 화려한 광고 문구에 끌려 제품을 집어 들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성분표를 보면 그 문구 속 핵심 성분이 맨 뒤쪽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1% 이하의 성분은 순서가 자유롭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로만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에 큼지막한 글씨로 ‘병풀추출물(Centella Asiatica Extract)’이 강조돼 있어도 화장품을 만드는 커다란 통 안에 단 한 방울을 떨어뜨렸을 수도 있는 거예요. 반대로 내가 찾던 성분이 전성분표 앞쪽에 적혀 있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느낄 가능성이 더 높게 되겠죠.


화장품을 고르는 데 정답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향이, 또 누군가에게는 유기농 인증 마크가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전성분표를 읽을 줄 아는 눈을 갖게 된다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여러분은 화장품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믿을 만하다’고 느끼시나요?



¹ 화장품 전성분 표시 지침 제6조(표시의 순서) 성분의 표시는 화장품에 사용된 함량순으로 많은 것부터 기재한다. 다만, 혼합원료는 개개의 성분으로서 표시하고, 1% 이하로 사용된 성분, 착향제 및 착색제에 대해서는 순서에 상관없이 기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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