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완전한 몸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쓰다 -
머리말
《삼체대만족》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존재의 아이러니’를 유쾌하게 푸는 방식으로, 나는 내 삶과 대면해보려 한다.
책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삼체대만족》은 일본의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을 패러디해 붙인 이름이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난 그가 쓴 자전적 에세이. 그 책은 오래전 우리 집 책장 한구석에도 꽂혀 있었다. 아마 부모님이 나를 위해 사두셨을 것이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며, 묘하게 낯설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나 역시 왼손에 세 개의 손가락만을 가지고 태어났다. 왼다리와 왼발에도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오토다케의 삶과 내 삶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던 걸까. 그래서 제목을 빌렸다. 하지만 단순히 따라 하고 싶진 않았다. ‘오체불만족’이 아니라, ‘삼체대만족’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도 왼손에 세 손가락은 붙어 있으니까.’
이건 자조가 아니다. 나는 내 삶을 불행으로 전시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성공으로 미화할 생각도 없다. 이 책은 나라는 인간에 대한 복기이고, 내가 살았던 시대의 기록이다. 나는 평생 내 왼손을 감추며 살아왔다. 그건 내 약점이자 콤플렉스였고, 내가 나를 미워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태어난 건 아니잖아.' 그런데 왜 나는 늘 손을 숨기며 살아왔을까. 왜 나는 나 자신 앞에서조차 당당하지 못했을까. 장애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묻어둔 나를 구해내기 위해서. 나는 지금 스물아홉이다. 내년이면 서른이다. 계란 한 판. 누군가는 그 나이에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나는 과거로 떠나기로 했다. 내 인생의 서류더미를 들춰보고, 잊었던 장면들을 주워 담기 위해서. 태어날 때부터 조금 달랐던 나. 하지만 그 차이를, 나는 아주 오래도록 감췄다. 이 책은 그 침묵의 기록이다. 수많은 잊힌 상처들과, 무심히 덮어놓은 순간들을 다시 꺼내보는 시도다.
이 시대는 너무 빠르다. 청년 실업률은 언제나 ‘역대 최악’이고, 자살률은 세계 1위다. 다들 불안한데, 정작 그 불안을 말할 곳이 없다. 나도 말하고 싶었다. 보여주고 싶었다. 이토록 이상한 세상에서, 이런 몸으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독자분들께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세 손가락으로도 살아가고, 글을 쓰고 있다. 감성팔이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불굴의 의지로 점철된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그저, 우스울 정도로 멍청하고 눈물 나게 바보 같았던 어떤 청년의 인생 기록이다. ‘내가 쓴 책은 아무도 안 읽는다’는 말이 있다. 그게 사실이어도 괜찮다. 단 한 명이라도, “이런 놈도 사는구나. 나도 살아갈 수 있겠다.” 이런 마음을 품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숨 쉬는 모든 고통스러운 청춘에게, 그리고 나의 과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