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질문
우리는 종종 타인을 '이해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속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를 하나의 완성된 초상화로 그려놓고
더 이상 수정하지 않는 일과 비슷하다.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이 변할 가능성,
혹은 우리가 몰랐던 면모를 닫아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을 아예 이해하려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이해의
이름으로 타인을 규정하거나 가두지 않아야 한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결론은 잠정적인 것이어야 하고,
언제든 깨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오히려 '이해'보다 '공감'이 타인에게 더 적합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해는 머리로만 작동하지만,
공감은 마음을 건드린다. 공감은 상대를 설명하려는 대신,
그의 입장에서 느껴보려는 시도다.
우리가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계심 때문이 아니다.
그 거리는 서로가 여전히 변화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공간이다. 타인과의 거리를 없애는 순간,
우리는 그의 가능성을 무심히 지워버릴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그러니 '완전한 이해' 대신 '열린 거리'를 선택하자.
그것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가장 안전하고도 깊이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