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은 말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정오가 되기 전에, H point의 연말 프로모션 알림이 먼저 도착했다.
식기류. 윌리엄스 소노마. H는 바로 앱을 열지 않았다.
대신 싱크대 위 선반을 바라보며 주방에 서 있었다. 접시는 이미 깨끗했다. 오래된 투박한 포트메리온 접시들. 금이 가기보다 가장자리가 먼저 이가 나가는 종류.
H가 직접 고른 웨지우드 접시들은 더 가볍고, 가장자리가 얇았으며, 그 색은 말을 아끼는 듯했다.
그녀는 말 없이 이미 깨끗한 접시의 먼지를 다시 닦기 시작했다.
천은 마른 소리를 냈다. 먼지가 묻어나오지 않는 종류의 소리였다.
H는 그 소리를 한 번 더 확인하듯 같은 자리를 다시 문질렀다.
접시는 움직이지 않았고, 손목만 미세하게 아팠다.
그 통증이, 이 행위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었다.
다음은 와인잔이었다.
서로 짝이 맞는 것도 있었고, 처음부터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H는 잔들을 같은 간격으로 벌려 놓았다.
그리고 같은 모양의 잔 두 개 사이에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남겼다.
무언가가 한때 그 자리에 있었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흔적을 흉내내듯이.
H는 그 빈 공간을 조금 더 넓힐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너무 분명해질까봐.
어떤 부재는 정확히 맞춰질 때보다 어긋나 있을 때 더 오래 남는다.
욕실에는 조니워커 위스키 잔 하나가 있다. 그 잔에는 보라색 마비스 치약이 담겨 있다.
그것은 원래 설명이 필요한 밤들을 위해 쓰이던 것이었다.
지금은 아침마다 세면대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그녀를 맞이한다.
H는 가끔 이 잔이 왜 아직 여기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기로 한다.
설명이 시작되는 순간, 아침이 끝나버릴 수 있으니까. 물이 흐른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차갑고, 미세하게 금속성(Metallic)의 냄새를 풍겼다. H는 세면대를 닦고, 잠시 후 다시 한 번 닦았다.
닦아도 닦이지 않는, 미세한 잔여 감각을 지우려는 듯이. 밖의 빛은 변하지 않았다. 회색은 여전히 회색이었다. 그런데도 아파트 안의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조금 덜 무겁고, 몸이 지나가기 쉬운 밀도였다.
그 밀도는 편안함이라기보다, 무언가가 빠져나간 뒤의 수치에 가까웠다.
H는 이 차이를 단지 몸으로만 알아차렸다. 혀끝에 감도는 보라색 치약의 매캐한 잔향이 사라지지 않듯, 혀는 결핍이 남긴 쓴맛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그녀는 요리를 할까 생각했다가 그만두었다. 오늘은 식탁을 펼칠 이유가 없었다. 무언가를 재료로 삼아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접시 하나를 무심코 손으로 씻었다. 손목이 뻐근했지만, 그 통증을 무시했다.
선반에 다시 올려놓으며 다른 접시들과 정확히 맞췄다. 식기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완결이 아니라, 더 이상 확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H는 말하지 않은 선언을 삼킨 채 주방을 나왔다.
결코 닦이지 않는 작은 얼룩처럼, 그녀의 몸에 남아 있는 감각의 잔여물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잔열을 품고 다음 복도로 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