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의 다른 말은? (1)

스위스 인터라켄 패러글라이딩

by 나루

유럽 여행의 마음가짐은 단순했다. '이왕 온 김에!'

한국에선 할 수 없는 경험을 하나라도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내가 바라는 모든 걸 다 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스위스 여행의 둘째 날이자 마지막날, 첫 일정은 '패러글라이딩'이었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패러글라이딩을 해본 적이 없었고, 비행기를 제외하면 하늘을 날아본 경험이 전무했다. 무섭기도 했지만 30만 원가량 하는 큰 금액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위스 패러글라이딩을 '꼭 해야 하는 경험'으로 꼽는 후기가 많았기에 용기 내서 신청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센터에 가서 짐을 맡긴 후에, 밴에 탑승했다. 밴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파일럿들도 타 있었다. 우리는 패러글라이딩 시작 지점까지 차를 타고 가면서 제비 뽑기로 담당 파일럿을 정했다. 나에게 매칭된 파일럿의 이름은 'Sonia', 초면이지만 목숨이 한 배를 탔으니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목숨을 맡기는 상황이 되면 내 머릿속엔 엉뚱한 상상이 튀어 오른다. 예를 들면 파일럿이 비행 중 건강이상(예를 들면 심장마비라든지...)으로 정신을 잃는 그런 시나리오가. 하지만 근거 없는 두려움이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출발지점에 내리자 이미 어떤 사람들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걷다가, 뛰어서, 하늘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긴장과 설렘이 섞였다. 그제야 실감이 조금 났다. '나도 곧 하늘을 날겠구나!'


같은 밴을 타고 온 파일럿들은 모두 각자 들고 온 빵빵한 가방을 펼치기 시작했다. Sonia는 장비 준비를 하면서, 나에게 사진과 영상을 원하는지 물었다. 패러글라이딩 사진/영상은 파일럿 개인에게 구매해야 하는데, 나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찍겠다고 했다.

잠시 후 Sonia가 나에게 와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하네스를 입고 안전장치까지 연결하는 과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이제 도약을 할 차례였다. Sonia는 우리가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Run!!

캐노피(낙하산처럼 생긴 부분)가 펼쳐지면서 달리기가 어려웠지만 열심히 발을 굴렀다. 그러자 어느 순간 몸이 떴다! 그야말로 부드러운 이륙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안정적이어서 놀랐다.


아래는 Sonia가 패러글라이딩 중 고프로로 찍은 사진 중 일부이다. 사진과 같은 풍경이 하늘을 나는 15분간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Sonia에게 여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Sonia는 5초 정도 고민하더니 부르크 쉘리라는 곳을 말해주었다. 물이 다른 곳보다 따뜻해서 수영하기가 좋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저기라고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하늘에서 나눈 대화라서 그런지 나에게 진하게 남은 기억이다.

스위스 물 색깔은 하늘에서 봐도 참 예뻤다.

Sonia는 능숙한 솜씨로- 사진을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주었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심지어 아래에서도.

우리의 발밑에는 또 다른 사람이 날고 있었다. 내가 새가 되어 높이 날면 이런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팔다리가 모두 땅에 닿지 않고 떠있으니, 더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서 벅찼다.

그리고 비행이 끝난 후, 착지까지 안전하게 마쳤다. 하늘 위에서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서 아쉬웠다. 한번 더 타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좋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여운으로 남겨둘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후에는, 호수 유람선을 타고 싶었다. 그러나 패러글라이딩이 끝나는 시간이 9시였고, 11시 40분에 융프라우요흐로 출발해서 다녀오면 저녁 5시가 되는 일정이었다. 전날부터 유람선 시간표와 동선을 찾아보고 세미패키지 인솔자님에게 여쭤봤는데, 내가 들은 대답은 "이론상 가능하긴 하지만 계획대로 안 될 가능성이 높다."였다.


처음에는 포기가 안 됐다. 어떻게 해서든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유람선을 타려다가 융프라우요흐에 가는 기차를 놓칠까 봐 결국은 포기를 했다.


다만 '포기'라는 단어에 어딘가 부정적인 느낌이 묻어 나와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말이 없을까?



※(2)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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