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크게, 아쉬운 건 작게

체코 프라하: 맥주 스파, 블타바강 패들보트, 까를교 노을

by 나루

약간의 아쉬움이 함께라서 더 선명한 기억들이 있다. 나에게는 프라하가 그랬다.


체코 멋진 건물이 가득한 구시가지에는 대마냄새가 진동했다. 대마가 잘 맞는 사람에겐 달달한 향, 안 맞는 사람에겐 역한 냄새로 느껴진다는데 나는 후자였다.

반면 프라하의 교통수단인 '트램'은 마음에 들었다. 트램의 디자인과 새빨간 색은 거리를 더 멋스럽게 빛내주었다. 게다가 트램은 지하철과 다르게 지상으로 다녀서, 창밖의 풍경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프라하는 내 취향에 딱 맞지도 않지만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 미지근한 여행지였다. 트램은 좋았지만, 대마 냄새는 별로였던 것처럼. 즐거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3개의 경험을 누고자 한다.



1. 맥주 스파

프라하 둘째 날, 홉과 이스트가 피부에 좋다는 맥주스파에 갔다.

미리 예약을 해둔 덕에 시간에 맞춰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여기저기 뭉쳐있던 근육들이 이완되면서 편안해졌다. 욕조 옆 맥주 디스펜서에서는 일반맥주와 흑맥주를 무한대로 따라서 마실 수 있었다. 뜨뜻한 물에 목욕을 하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순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다만, 스파를 하면서 홉과 이스트 알갱이들이 내 수영복 안으로 들어왔다. 껄끄러웠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방문을 해서 수영복을 벗을 수가 없어 그냥 두었다.

스파가 끝난 후 샤워로 알갱이를 씻어내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그 알갱이들은 피부 재생, 노화방지, 보습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구글 리뷰를 작성하고 무료 샤워젤까지 받아서 기분 좋게 나왔다. 그런데 다음날, 마른 수영복에서 스파 때는 없던 구리구리한 냄새가 났다. 그 진한 냄새는 3번 정도 빨래를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옅어졌다. 다음에 다시 맥주스파를 한다면 꼭 맨몸으로 즐기고 싶다.




2. 블타바강 패들보트

나는 카누, 카약은 타봤지만 패들보트는 처음이었다. 물 위에 바짝 붙어있어서 재밌어 보이면서도, 조금만 실수해도 물에 빠질 것 같아 겁이 났다. 그래도 이번에 도전해보고 싶어 'Yolo Molo'에서 패들보트를 빌렸다.

직원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니 친절히 방법을 알려주었다. 무릎을 꿇고 상체를 세워서 패들링을 하면 되고, 가능하면 일어서도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적응한 후에 일어서기, 눕기 등 다양한 동작을 시도하고 성공했다. 특히 누워있을 때가 가장 좋았는데,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의 파동이 그대로 느껴져서 강 위에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블타바강에는 모터보트가 꽤 자주 지나다녔다. 보트가 지나간 자리에는 엄청난 파도가 생겨서 패들보트가 속절없이 요동쳤다. 그래서 모터 소리가 들려오면 누워있다가도 재빨리 몸을 일으켜 최대한 멀리 피했다. 그리고 패들보트에 납작 붙어서 버텼다. 물이 절대 빠지고 싶지 않은 색이라 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무슨 생물이 살고 있을지 모르겠는 미지의 갈색이었다. 너무나 불투명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속은 약간 공포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햇빛이 반짝이는 물은 아름다웠다. 넓은 시야로 바라본 블타바강은 참 매력적인 곳이었고, 이 한 시간은 나의 성공적인 패들보트 첫 도전으로 남아있다.




3. 까를교 노을

치헬나 공원

까를교는 체코 프라하를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나는 까를교 위보다 치헬나 공원에서 바라본 모습이 더 좋았다. 다리 위보다 사람도 적고, 잔잔하고, 까를교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참 낭만적이었다. 물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과 백조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나는 오리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오리 주변에는 날벌레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사진 속 물 위에 점같이 찍혀있는 것들이 전부 벌레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화들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

그러면서도 내 발은 저절로 뒷걸음질을 쳤다. 멀리서 보는 게 훨씬 아름다웠다.

다시 거리를 두니 벌레의 방해 없이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낭만과 여유를 느꼈던 그 자리로 되돌아가, 까를교를 보며 프라하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껄끄러운 알갱이와 구리구리한 냄새, 똥색 물, 벌레는 잊어버리고 좋은 면만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러나 아쉬웠던 것들도 모두 그 경험을 완성하는 일부분이다. 오히려 강한 인상이 남아서 그걸 빼고는 온전하게 설명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래서 잊으려고 하기보단 기억하려고 한다. 좋은 건 크게, 아쉬운 건 작게.

그렇게 하면, 달콤 씁쓸한 프라하의 맛이 오랫동안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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