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커피, 프라터 공원, 황금홀 오케스트라 공연
여행 사진과 영상에도 담기지 않는 감각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각, 촉각, 청각으로 비엔나에서의 추억을 꺼내보려 한다.
1. 미각 - 비엔나 커피
'그 유명한 비엔나 커피의 맛은 어떨까?'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비엔나에는 3대 카페(데멜, 자허, 센트럴)가 있는데 그곳들은 너무 붐빈다길래 동선상 가까운 'Cafe Museum'으로 향했다. 카페 뮤지엄 역시 전통 있고 넓은 카페로 알려져 있다.
자리를 잡고 아인슈페너(Salon Einspanner), 멜랑쉬(Wiener Melange)라는 커피와 자허토르테(Sachertorte)라는 케이크를 주문했다. 아인슈페너에는 생크림이, 멜랑쉬에는 우유거품이 올라가 있었다. 커피와 크림/거품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맛을 냈고 커피 향도 굉장히 좋았다. 커피에 대해 잘 몰라도 맛의 퀄리티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인슈페너가 더 맛있었다. (하지만 소신발언을 하자면, 더운 날씨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자허토르테는 진한 초콜릿과 살구잼이 어우러진 달콤 쌉싸름한 맛이 났는데, 정확히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즐겁게 먹었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카이저 슈마렌'(Kaiserschmarren)이라는 오스트리아식 팬케이크도 먹었다. 빵은 폭신폭신하기보단 겉 부분이 약간 꼬들해서 색다르게 맛있었다. 특히 자두맛 빨간색 잼이 새콤해서 팬케이크와 잘 어울렸다. 노란색은 아마도 사과잼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카페에서 2가지 커피와 2가지 음식을 맛보았다. 유명한 만큼 궁금했던 '비엔나 커피'의 진가를 확인하고 오스트리아의 디저트를 경험해서 입이 즐거운 기억이다.
2. 촉각 - 프라터 놀이공원
비를 맞으면서 미끌거리는 안전바에 의지해 놀이기구를 탄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적이 있다. 비엔나에서...
사건의 발단은 놀이공원 프라터(Prater)를 방문한 일이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놀이공원이었고, 그 명성만큼 지금도 많은 주민들과 관광객이 찾고 있었다.
입장료는 없고 놀이기구 개별로 5~6유로 정도의 탑승료를 받고 있었다. 나는 이왕 온 김에 놀이기구 하나는 타고 싶었다. 그래서 적당한 난이도의 기구를 검색해서, Volare- The flying Coaster라는 일명 '엎드려 타는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다. 그런데 그때부터 하늘이 심상치가 않았고,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 창구에서 코인을 구매했다. 대기줄이 없어서 곧바로 코인을 내고 기구에 탑승하게 되었다. 엎드린 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안 내 옆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2명 탔다. 그런데 바로 그때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쇠로 된 손잡이는 미끄러워졌고, 안전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롤러코스터는 출발해서 빠른속도로 질주했다. 손잡이를 금방이라도 놓칠 것 같아 섬뜩했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붙잡았다. 퍼붓는 비 때문인지 롤러코스터가 예상보다 훨씬 무서웠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눈을 꼭 감고 버텼더니 어느새 롤러코스터가 끝나있었다. 나는 무사히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과 함께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비를 무방비로 맞아본 적이 처음이었다. 얼마나 비가 많이 내렸는지 내 나일론 바지는 민망할 정도로 반투명해져 있었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프라터 놀이공원의 일화는 손에 땀과 빗물을 쥔 기억이다.
3. 청각 - 황금홀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공연
촬영이 금지된 공연에서 들은 음악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당일 아침에 급하게 입석표를 예매해서 가게 된 공연이다. 황금홀에 들어가는 것도 좋았지만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설렜다.
입장시간이 되어 들어간 황금홀은 아주 화려했다. 말 그대로 '황금'홀이었다. 그리고 공연 전에 직원들은 No Photo, No Video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다녔다.
잠시 후 전통의상을 입고 가발을 쓴 연주자들이 등장했다. 알고 보니 18세기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라고 한다. 연주자들의 등장과 함께 모두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조율을 마치고 시작된 연주에 모두가 집중했다. 나 역시 들려오는 선율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모르는 곡도 듣기 좋았지만 익숙한 곡이 연주되면 반가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되는 모습을 감상하고 싶어 여러 번 까치발을 들어서 보기도 했다. 모두가 음악에 몰입한 순간은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지나자 공연이 막을 내렸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나도 기립박수를 쳤다. (입석이라 기립은 이미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같이 공연을 관람한 J양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서 나도 찡했다.
그래서 나에게 황금홀 공연은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 걸맞게 귀가 황홀한 기억이다.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감각과 이야기들이 이렇게 글로는 담아진다. 그래서 글쓰기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었다. 기록하지 않고 한참 지나서 떠올려보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곤 했다. 날아간 기억들이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처럼 오늘이 '기억이 가장 생생한 날'이다. 앞으로 내가 느낀 감각은 점점 더 흐려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여행을, 오늘을, 그리고 내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