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엄마가 불안했나 봐
아기 꼬꼬는 자기 방 근처를 기어 다니다가 조금 익숙해지자, 서서히 걷기를 시도했다. 위탁 부모가 남긴 편지에도 "붕붕카를 잡고 걸음마를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앉았다가 기었다가, 다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기를 반복했다. 뒤뚱거리며 내딛는 한 걸은 한 걸음이 아슬아슬했다.
걷기 시작한 아기에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마룻바닥에 널린 장난감을 밟고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단단한 원목 마루가 이렇게 불안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충격을 막아주려 푹신한 방석을 깔아주었지만, 오히려 그 위에서는 더 휘청거렸다.
그런데 며칠 후, 아기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하자 나는 불안해졌다.
혹시 기어 다니는 법을 잊은 건 아닐까?
낯선 환경 때문일까?
퇴행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괜히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결국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내가 기어 다니면 아기도 나를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다행히 아기는 나를 바라보더니, 네 발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잠깐이었지만 그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그날 밤, 내 무릎에는 시퍼런 멍이 군데군데 번졌다. 멍 자국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걷기 시작한 아이가
기어 다니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엄마라니,
세상에 나뿐일지도 모르겠다고.
기기 다음 걷는 아기에게 '퇴행'이라니.
퇴행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모두 나의 조바심이 부른 해프닝이었다.
어쩌면 아기가 기어 다니지 않은 건,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였던 것은 아닐까?
아니, 그건 아무도 모른다.
오직 아기만 아는 일이다.
p.s. 그날 이후로 우리 집에도 매트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