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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똑같을까

입술 하나로 시작된 짧은 대화는 마음 한쪽을 건드렸다

by 치유의 하루

“어머, 아기 입술이 앵두처럼 예쁘네요. 누굴 닮았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이웃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무쌍에 커다란 눈, 뭉툭한 콧대를 따라 마지막으로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얼굴로 눈길을 옮겼다. 까무잡잡한 내 얼굴과 아기 손등을 번갈아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엄마 닮았나 보네."


나는 수줍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입술 하나로 시작된 짧은 대화는 마음 한쪽을 건드렸다.


입양 가족이 된 후, 나는 자주 이런 순간을 만난다. 친정 식구들은 아기를 보자마자 나를 닮았다 하고, 시댁에서는 남편 어릴 적과 똑같다고 했다. 종종 남편과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웃어넘기곤 했다. 그런데 딸 아이와 닮았다는 말은 반가우면서도,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저려왔다.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우리가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결혼 10년 차, 우리 부부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입양아동 결연위원회가 연결해 준 가족이었다.


우리는 A형, 아기 혈액형은 B형. 친생부모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주어진 정보는 9개월 여아라는 사실 뿐이. 성별, 혈액형, 출생 배경 등 어떠한 조건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었다. 아기 천사는 그런 우리에게 닿은 소중한 인연이었다.



첫만남. 이른바 선보기 자리에서 처음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 아기는 있는 힘껏 울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낯설기만 한, 내게서 닮은 구석이 보이지 않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점이 똑같을까.



‘이건 다르고, 저것도 다르고, 또 이것도 다르네... B형이라 그런가.’



아기는 나와 반대였다. 어릴 적 나는 잘 먹지 않고 울기만 해서 엄마가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 반면, 우리 아기는 가리는 거 없이 잘 먹고 잘 잔다. 손도 발도 머리도 크고, 뒤통수는 납작하다. 나는 마르고 긴 손가락을 가졌지만, 아이의 손은 도톰하고 오동통하다. 나는 목소리가 낮고 조용한 편인데, 아이는 새처럼 맑고 큰 외침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운다.



보면 볼수록
닮은 점보다 다른 모습만 눈에 띄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에게서 나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하루 24시간 함께 먹고 자며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조금씩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서로 찾는다. 음악 소리에 동시에 몸을 흔들고, 같은 순간에 웃음을 터뜨린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다. 입술은 안 닮았을지 몰라도, 우리 둘은 움직임부터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 이제는 각자의 눈빛 속에 서로의 모습이 비친다. 우리는 매일 그렇게 조금씩, 느리지만 분명하게 가족이 되어 가는 중이다.


누군가 모녀간 닮은 게 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매일매일, 사랑하는 마음이요. 그건 우리 둘 다 똑같아요.”




ps. 아기 꼬꼬야...

엄마에게 엉덩이 대신, 예쁜 앵두 입술을 보여주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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