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에 유리한 조건
수면 관련 여러 가지 영상이나 책을 보다 보면 자칭 모태 불면증인 나는 수면에 불리한 조건을 태생적으로 참 많이도 가진 것 같다.
일단 나는 추위를 남들보다 월등히 많이 느끼는 타입이다.
반팔은 남들보다 늘 한 달은 늦게 입기 시작하며 반팔을 입을 시기에도 은은하게 난방기를 틀거나 매트 등을 켜고 잠을 잤다. 겨울에는 옷을 남들보다 두껍게 혹은 여러 겹 입고도 늘 혼자만 추위를 느끼며 얼굴이 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몸이 보통의 체온 혹은 그 보다 약간 낮아야 입면이 쉽다고 하는데 추위를 너무나 타는 나는 몸을 항상 따뜻하다 못해 약간은 더운 기온을 유지하려고 했다. 샤워 후 바로 따뜻한 이불속으로 들어갔고 이 따뜻함을 온종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보통의 온도로 내려갈 틈이 있었겠나 싶다.
두 번째로 나는 남들보다 운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체력 또한 좋지 못해 운동을 꾸준히 하기도 어려웠다. 당연히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밖에 나가 놀기보다는 집에서 언니 동생과 놀았다. 게다가 나는 0교시와 거의 6시가 되어서야 끝나던 늦은 하교가 존재하던 시절,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 역사 상 학교에 머문 시기가 가장 길었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다 보니 햇빛을 잘 쬐지 않아 어릴 때부터 못 자던 것이 지금까지 신체리듬이 된 것은 아닌가 갑자기 핑계를 대본다.
셋째, 앞서 말했듯 나는 뇌의 멍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 또한 있지 않은가?
명상을 하더라도 눈앞에 드넓은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라고 하면 그 공간에 나무부터 그려 넣거나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지는 머릿속을 가진 나로서는 나른하게 몸과 뇌를 같이 쉬게 하지 못했다.
넷째, 나는 집착과 고집이 세고 몸도 성격도 예민함을 타고났다.
모든 것을 다 태생적으로 타고났다고 단정 짓고 그걸 못 고친다고 하는 것이 핑계 같겠지만 고치기가 쉬웠으면 이렇게 구구절절 일지까지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집착이 심하고 예민한 성정은 뭐 하나 맘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쉽게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나쁜 기억을 빨리 잊는 사람들이 타고났듯이 나쁜 기억을 절대 잊지 않는 것도 쉽게 고칠 수는 없었다. 하루 대부분이 들떠 있는 사람처럼 요란한 나지만 잠자리에 누우면 오늘의 찝찝한 점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복기가 되는 것이다.
9명이 좋은 말을 해주어도 한 명의 듣기 싫은 말이 하루 종일 걸리다 못해 해결될 때까지 뼈에 새겨 두는 버릇이야말로 입면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몸 또한 예민한 편이어서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아픈 부분이 있으면 통감을 크게 느꼈다. 내 몸의 아주 작은 변화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린다고 해 두자.
다섯째, 나는 소화는 또 빠른 편이라 배고픔도 쉽게 느꼈다. 다들 알다시피 배가 고프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대식가였던 나는 많은 양을 먹고도 빠르게 소화되고 빨리 허기를 느꼈다. 수면장애를 신경 쓸 필요가 없던 백수 시절에는 식구들이 잠든 새벽 시간에 라면도 먹고 간식도 먹고 했던 것 같다.
이런 조건들을 없어도 원인 없이 잠을 잘 자지 못하기도 하는데 입면에 도움이 될 만한 조건들마저 제약이 있으니 수면장애를 부채질만 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