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주 -마지막
5월 22일
병원을 다니며 수면장애를 극복하기로 결심해 놓고는 자꾸 복용을 안 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 시도하다 오히려 역효과와 스트레스만 늘어나는 것 같아 이젠 10시쯤 하품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경우 바로 약을 복용하기로 결심했다. 어제는 10시가 되자마자 바로 약을 복용하고 어둡게 하고 누웠지만 역시나 입면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11시 40분쯤 마지막으로 시간을 봤으니 거의 두 시간을 가만히 누워있었던 것이다. 이 시간에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말 그대로 대기를 하는 것이 고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직장인에게 하루 두 시간 가까운 자유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이 시간에 책도 읽고 영화나 영상도 보고 통화도 하고 메신저로 대화도 하고 청소 일기 쓰기 등등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이 시간을 그저 내처 누워서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 마냥 대기조가 되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아까워서 분하고 원통하기까지 하다.
영상을 보는 것은 분명 각성을 일으킬 것이고 책을 읽어도 흥미가 끌리는 책은 역시 입면을 방해하겠지? 친구들은 불면을 호소하는 내게 첫 번째 방법으로 농담처럼 교육학 강의를 들어라 불교강의를 들어라 하며 특정 강사를 지정해주기도 했다.
나는 평소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같은 책과 영화는 웬만해서는 두 번 보지 않는다. 그러니 잠을 못 자는 시간과 그 시간에 흥미도 없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면 시간 낭비로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상상 전문가인 내 소원으로는 수술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수면마취처럼 안전하게 사용 가능한 수면제가 보급되길 간절히 바란다. 잠들기 직전까지 내내 책과 영화를 보고 활동을 하다가 먹자마자 바로 잠들어 정확히 알람 시간에 깨는 것. (그것이 바로 프로포폴 같은 약이고 약물중독이겠지.) 수술에나 사용하는 방법임을 잘 알면서도 그런 약의 보급을 바라고, 그것이 만일 존재한다면 얼마나 내 삶의 질이 올라갈까 하는 생각만으로 또 30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심지어 이런 약을 태생부터 몸에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이 수없이 많으니 얼마나 그들이 부럽고 갖지 못한 것이 원통한가. 왜냐하면 바로 나의 아빠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을 아무 때나 잘 잤다. 믿기 어렵겠지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탁자에 내려놓는 사이 조는 그의 모습을 봤을 때는 경악보다는 부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불편한 점이 당연히 있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잠 못 자서 병나고 아픈 사람은 널렸지만 잠 잘 자서 아픈 사람은 없는 것 같기에 그 정도 불편함은 거뜬히 감수하겠다.
그의 외모를 거푸집 수준으로 찍어내고 성격도 비슷한 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특급 유전자만은 받지 못했다. 반면 내 마음에 만족하는 유전자를 가진 엄마는 가장 고통스러운 불면의 유전을 남겼으니 이런 복불복의 불공정한 유전형질만으로도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는 충분하다.
이래나 저래나 방법이 없지 않은데 무조건 안된다고 못 고친다고 선천적이라고 하는 내 외침은 그저 핑계로 들릴 것이다. 아니 핑계가 맞다. 그까짓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대수야? 운동 취향 따질 겨를이 지금 있어? 크로스핏을 계속해! 상상하는 버릇을 못 고쳐? 무조건 그냥 멍,,, 멍,,, 멍하게 명상이던 뭐든 다 하라고! 삶의 질 하락? 못 자는 것이 더 하락이야,, 하고 스스로를 코너로 몰아가며 괴롭힐 때도 있다. 그러다가 이내 조금 더 지나서,,, 조금만 더 내 취향의 삶을 살아보고 선택하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의 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