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day-17

왜 나는 고문당하는가

by 신나

왜 나는 고문당하는가..

맛보기 PT 수업 첫 시간 첫 운동으로 바벨 스쿼트의 공포스러운 경험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PT를 시작한 이래 가장 힘든 날이 아니었나 싶다. 시작과 동시에 나는 고문당했다. 이것은 고문이 틀림없다. 늘 힘들다고 징징대며 조금만 아파도 동작을 멈춰버리는 나를 선생님도 오늘은 안 봐주기로 작정을 한 날 같았다. 혹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는데 나에게 분풀이를 하는지 의심이 들 뻔했다.

시작은 고관절 스트레칭을 위한 고관절 찢기. 발목을 잡고 앉아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것인데 일단 쪼그려 앉기 자체가 아프고 너무 힘들다. 그 후 바로 맨몸 런지로 들어갔는데 나는 늘 런지가 스쿼트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 선생님도 이것을 간파한 듯하다. 스쿼트는 이제 15개씩 3세트를 끊지 않고 하고 케틀벨은 떼고 바벨을 얹고도 할 수 있게 되니 바로 스쿼트는 버리고 런지로 나를 고문하고 있다. 손을 허리에 얹고 하는 런지 15개 3세트였는데 허벅지가 아프고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 자꾸 옆 기구를 잡았다. 5개에서 멈추면 선생님은 빨리 하라는 압박의 말투를 얹어 여섯을 자꾸 반복해 외쳤다. 힘들게 일어나 두 어깨를 하고 나면 다시 지치고 지치고를 반복하며 끝내자마자 레그 익스텐션으로 재빨리 이동시켜 앉자마자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 선생님. 5초만 쉬고요라고 하자 바로 “5.4.3.2.1 자 빨리 해요”하고 나를 재촉했다. 강제로 시작되는 레그 익스텐션! 충분히 쉬지 못한 가여운 허벅지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10개도 채우지 못하고 다리를 내리고 상체를 앞으로 접으며 거친 숨을 몰아 쉬자 선생님은 내 상체를 본인의 손으로 밀면서 일으켜 등받이에 붙였다. 조금 폭력적으로 느껴져 기분이 상했다. 내가 왜 이런 고문을 당하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몸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젖혀지고 사전 허락도 없이 공공제처럼 맡겨지는가. 화가 나서 오늘 수업은 그만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의지력을 발휘해 참았다. 자의로 등록한 수업에서 본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일 뿐인 선생님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첫 시간부터 느꼈지만 이 선생님은 유독 몸에 터치가 많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수업 스타일이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선호해 그럴 수 있다. 말이 없어서 선택하게 된 선생님인데 말이 없어서 터치가 많은 것 같다. PT 수업이 하다 보면 몸을 잡을 일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여기를 잡아라 같은 것은 말로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내 손을 가져가 잡도록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 운동은 오랜만에 렛플 다운이었다. 이제 렛플다운은 제법 자세를 잘해서 무게를 15kg으로 올렸다. 5kg의 차이는 걷다가 뛰는 것만큼 큰 차이였다. 잡은 바를 내리기 위해 온몸의 힘을 다 사용해야 했다. 동시에 승모근이 쓰이지 않도록, 광배에 집중하며 내리느라 발뒤꿈치도 살짝 들고 온 힘을 다 들였다. 스스로의 힘만으로 끝낸 건 아니지만 15개 세 세트를 무사히 끝냈고 잘했다는 피드백이 왔다. 물론 나는 아직도 기분이 나쁘고.

기새를 몰아 일전에 등 운동으로 사용했던 기구를 양손이 아닌 한 손으로 잡아당기며 한쪽씩 등 운동을 했다. 이 기구 역시 무게를 꽤 높였는지 엄청나게 무거웠다. 팔꿈치를 몸에 잘 붙이고 등 근육만으로 뒤로 보내며 당기기는 많이 힘들었다. 나는 하체보다 상체의 힘이 더 부족한 데 오늘은 상체 운동이 더 잘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여름을 맞아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일전에 해 본 기구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상체는 기울이고 엉덩이는 뒤로 살짝 보낸 자세에서 팔 상완을 옆구리에 고정시키고 밧줄을 아래로 당기는 운동이다. 이전에 이 운동을 할 때 근육이 잘 쓰이고 있다고 했는데 아프지도 않고 별 느낌도 없던 그 운동. 오늘은 앞서 너무 무거운 무게를 견딘 내 팔이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이 마저도 힘들었다. 팔 상완 뒤쪽이 자극되어야 하는데 전완근만 아프고, 아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게 아직도 팔 전체가 앞선 기구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내 팔이 너덜너덜 해진 것 같다. 지쳐서 말이 전혀 없는 내게 눈치가 빠른 선생님이 가벼운 농담을 하셨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이래나 저래나 오늘은 기분도 나쁘고 고문만 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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