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21. 2019

타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나도 옳고, 너도 옳다?!

저 사람 왜 저래?


'타인은 지옥이다'란 드라마가 있다.

원작 웹툰을 보진 않았고 드라마 리뷰를 봤는데, 내가 아닌 타인들이 모인 곳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 내용이 아니라 바로 제목 그 자체였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타인과 엮이게 되어 있고, 엄밀히 말하면 가족도 타인이라 볼 수 있기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나 괴로움 등을 그 제목이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직장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철저하게 타인으로 구성된 곳이 바로 직장이다. 더더군다나 친분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라, 회사의 목표를 이루고 성과를 내고자 모인 공동체. 즉, 하루하루를 타인과 부대껴야만 하는 곳. 직장 생활이 힘든 이유는 많지만 적성이나 인정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로 꼽히는 게 '사람'때문인 이유다.


그러니 직장인으로서 우린 이런 말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할 수 없다.

"저 사람 왜 저래?"
"말을 왜 저렇게 해?"
"왜 나한테만 그러지?"
"왜 나를 그렇게 싫어하고 못살게 굴까?"


타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사실, 타인이 우리에게 대하는 태도나 말투는 '결과물'이다.

상대방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고 어떻게 대할지를 무의식적으로 규정한 후 그에 맞는 말투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상사나 유관부서 사람이 있다면 그전에 어떠한 사건이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한순간 저질러진 큰 실수일 수도 있고, 작고 작은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 터져 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그 '결괏값'에 바로 반응한다.

기분이 나빠지고, 호흡은 빨라지며, 얼굴은 붉어진다. 마음과 머리가 본능적으로 전투/ 방어 태세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우리는 그 '결괏값'에만 반응해왔다는 것이다. 전투/ 방어태세로 돌입했다면 그다음의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 단계까지 갈 여유가 없던 것이다. 그저 시무룩해지거나 우왕좌왕하거나, 마음의 병을 키우거나 쌓였던 설움이 폭발해 대들고 마는 불상사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이제는 그 과정에 마음의 한 단계를 더 만들어야 한다.

즉, 왜 그러한 '결괏값'이 나왔는지를 생각하는 단계. '결괏값'에 대한 반응은 최소화하고 그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지키고 일도 잘할 수 있다. 


교류분석을 통해 바라본 타인과 나


캐나다 출생의 심리학자 베른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상호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이론을 정립했다.

이후, 이 분석기법을 대중에게 더 쉽게 풀이한 내용이 있는데, 1970년 베른이 작고한 후 다른 심리학자들이 정리한 "I'm OK, You're OK"개념이 그것이다.




A Type/ 단계: I'm not OK, You're OK (나는 옳지 않다. 너는 옳다.)


시기: 출생 직후 영아기에 해당된다. 불완전하므로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직장인 시기: 갓 입사했을 때.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감이 없을 때.

심리적 결함: 열등감, 부적절감, 죄의식, 우울증, 감정적 도피 등


B Type/ 단계: I'm OK, You're not OK (나는 옳다. 너는 옳지 않다.)


시기: 생후 2~3년 유아기. 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 자신에 대한 긍정. 반항적 태도.

직장인 시기: 웬만큼 업무가 익고 자신만의 주장이 생겼을 때. 억울함을 느낄 때.

심리적 결함: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자립하려는 욕구/ 고집. 극단적 불신. 비난. 자만심 및 자기 방어.


C Type/ 단계: I'm not OK, You're not OK (나는 옳지 않다. 너도 옳지 않다.)


시기: 유아기. 무능력감 및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깨달아감.

직장인 시기: 객관적인 시야가 생겼을 때. 구체적 근거가 있을 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때.

심리적 결함: 자포자기. 타인에 대한 분노. 자기부정. 반사회적 행동.


D Type/ 단계: I'm OK, You're OK (나는 옳다. 너도 옳다.)


시기: 성장기. 상호교류가 긍정적으로 일어난 경우.

직장인 시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을 때.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길 때.

심리적 결함: 긍정적 사고. 자기 성장 노력. 자기 및 타인 존중.




아마,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상황들이 이 네 가지 단계에 속해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타인의 '결괏값'에만 반응하는 타입은 A, B Type이라 볼 수 있다. 나를 탓하거나 남을 탓하는 단계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우리는 쉬이 A, B Type을 택하고는 혼자 힘들어하거나 누군가와 맥주를 한 잔 하며 자신에게 뭐라고 한 사람을 안주로 삼을 것이 뻔하다.


이제는 C와 D Type의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

유리 멘털처럼 그저 타인의 '결괏값'에 반응하던 자신을 돌아보고, 이제는 좀 더 객관적인 관점을 확보함으로써 '결괏값'에 대한 원인을 찾는 과정을 밟는 것. 내가 혹여라도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그 사람의 잘못은? 그렇다면 내가 맞는 부분과 그 사람이 맞는 부분은 또 무엇인가. 모든 결과는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니 이 단계를 거치면, 감정은 상하더라도 최소한 왜 그런지에 대한 원인은 규명할 수 있고 한 발 더 나아가 다음에는 그러한 '결괏값'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양비시론(兩非是論)의 관점이 필요하다!


'양비론'과 '양시론'이란 게 있다.

'양비론'은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말한다. '양시론'은 반대로, 서로 대립하는 양쪽의 주장이나 태도를 모두 옳다고 하는 견해나 입장을 말한다. 특히, 양시론은 황희 정승의 일화에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즉, '양비시론'은 결국 교류 분석의 C와 D Type을 뜻하는 동양의 사례다.


그동안 우리는 누구 하나만 맞거나, 누구 하나만 틀리다고 규정해오진 않았는가.

그래서 그저 참거나, 누구를 원망하거나. 타인이 던져 놓은 지뢰와 부비트랩에 걸려 넘어지고 다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니, 분명 우리는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말이다.


그러니, 과거에 열 번 당했다면 지금은 아홉 번 다음은 여덟 번... 그렇게 마음이 다치는 상황을 줄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




'타인은 지옥이다'란 명제는 무시무시하도록 변함없다.

하지만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고, 배울만한 사람과 존경하고픈 사람도 분명 있다.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이 타인과 어떻게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타인들 개개인은 '악마'가 아니다. 그들이 가진 직책과 직위,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들이 나의 것과 상충되면서 우리가 타인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나를 '악마'로 그리고 '지옥'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상대방에게 '타인'이니까.


나도 맞고, 당신도 맞다는 것을 오롯이 인정할 날이 올까 싶지만.

어차피 사람은 이 세상에는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고 찾아가는 낙으로 사는 것이니, 나와 타인 모두 맞다는 생각으로 나는 오늘 하루를 임하려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좀 더 잘 지키기 위해서.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아들아, 나는 너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이전 11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