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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5. 2020

저자의 의도는 독자의 해석을 뛰어넘지 못한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보다 더 많은 걸 알아채고 얻어가기를

그 표현이 불편합니다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를 쓸 때였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음을 이야기하다, 개고기 문화에 대해 오해하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이 있었다. 그 와중에 ‘미개한’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이 단어가 불편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내 의도는 우리가 미개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식 속에 그러한 관념이 있다는 걸 표현하려 했던 것이었다. 

댓글에 댓글을 달며 내 의도를 설명하려 하였으나, 끝내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브런치에 글을 쓰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독자의 요청에 의해 수정을 한 사례가 되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니, 그럴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어 수정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


다음은 『직장내공』을 쓸 때였다. 

스트레스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후배에 대해 쓴 글이었다. 요는 그 후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서 빨리 건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내가 회사 이야기를 개인 블로그에 올려 팀워크를 저해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악의적인 편집도 함께였다. 앞뒤 내용은 없고, 후배의 건강이 악화된 이야기 부분만 떼어다 놓고 나의 글쓰기에 대해 쑤군대기 시작한 것이다. 억울한 마음이 한없었다.


글을 쓰면 행복하고 보람찬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나는 마음의 피폐함을 느꼈다. 내 의도는 온데간데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대화할 때의 왠지 모를 무력감. 결국 그 상대를 어찌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 사로 잡혔던 것이다.


생각보다 이러한 일은 어디에서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내 중심으로 해석이 된다.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사람의 의도를 이해한 것 같지만, 그 의도와 100% 같을 순 없다. 예술 작품을 볼 때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작가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해보지만, 그 매개채가 되는 예술 작품은 말이 없다. 우리 스스로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데 그 와중에 작가의 의도는 왜곡되거나 손실된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전달하려는 사람의 의도는 하나였는데, 나는 그것을 열 개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이 힘들 때, 어느 한 글귀를 보고는 저자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깨닫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내가 쓴 글의 의도로 읽는 사람의 해석을 어찌할 수는 없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우리는 그저 손 놓고 있으면 될까? 

아니다. 우선은 내 의도가 잘 전달되도록 글을 잘 써야 한다. 내 의도를 잘 녹이고, 잘 표현하며, 잘 전달되도록. 그것은 글쓰기 실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내 손을 떠난 글이라면 우리는 읽는 사람이 그것을 이해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즉,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깨달음엔 시차가 있다. ‘또 그 소리야?’라고 생각하던 사람도, 특정 상황을 마주하면 ‘아, 그 작가가 한 말이 맞구나’ 하는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아니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걸 강요해선 안 된다. 그런 글은 써서도 안되지만, 본인의 의도가 잘 담겨 있는데도 누군가 끝까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신경을 끄는 것이 좋다. 내 소신을 꺾어가면서까지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이 ‘소신’인지 ‘아집’인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주관적으로 조치해야 할 일이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이 아프고 개운치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소신에 대한 대가이자, 글쓰기의 묘미다. 읽는 사람이 가능한 내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써 내려가는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소망한다.


어차피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면. 

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걸 알아채고 얻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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