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 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함께 하길 바라며
세상이 변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 읽는 시대다. 그러니까, 내 글도 팔리는 시대다.
앞서 나는 ‘페르소나를 활용한 글쓰기’에 대해 말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란 믿음에 기반한 동기다. 실제로 그렇다. 가장 개인적인 것을 내어놓을 때, 사람들은 반응하고 공감한다. 무엇보다 내가 먼저 반응하고 온기 있는 무언가를 써 내려가게 된다.
즉,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는 페르소나를 꿰뚫을 때 나온다.
나의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는 무엇일까?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렇다면 나의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는 무엇일까? 그것은 ‘먹고사는 것’과 관련 있다. 그러니까, 내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는 ‘직장인’이다. 실제로 지난 다섯 권의 책 중에서 세 권이 직장인의 페르소나로부터 나왔다. 지속 강조하지만, 나는 책쓰기를 목적으로 또는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인데, 지금 돌아보니 끊임없이 꾸준히 글쓰기가 이어졌던 건 내 페르소나의 두께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가장 두꺼운 페르소나를 들여다볼 때 유의해야 하는 건, ‘직업’이 아닌 ‘업(業)’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을 이야기하면 그 소재는 쉽게 고갈된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 그러니까 ‘업’이 무엇인지 재정의하면 소재가 화수분처럼 뿜어져 나온다.
내가 매일 하는 일이 가치 없어 보이고 지겨울 수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신기한 일이다.
더불어 내 ‘업’은 그게 하고 싶은 일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어느 전문 영역의 일이란 걸 알아차려야 한다.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일을 깎아내리고 직장인을 일반화하여 하찮게 만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꼭 직장인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육아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스스로를 너무나 평범하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 하찮게 여기는 순간 글의 소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페르소나는 너덜너덜해진다.
‘업세이’를 써야 하는 이유
‘업세이’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업(業)’과 ‘에세이’를 합친 말이다.
서점가에서 대세가 된 새로운 장르다. 나는 ‘업세이’가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쓰고 담아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로 예를 한 번 들어 보려 한다.
예전엔 자기계발서가 매우 딱딱했다. ‘너는 지금껏 잘못 살아왔고, 이렇게 살면 안 되고, 지금까지 네가 성공하지 못한 건 새벽 5시에 일어나지 못해서야’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일종의 ‘Guilty(죄책감)’ 마케팅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내용은 독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반발만 살 뿐이다.
나는 『직장내공』을 자기 계발 80%와 에세이 20%를 섞어서 썼다. 말 그대로 ‘업세이’다. 그러니 읽히고, 그러니 책이 되었다. ‘잔말 말고 내 말 들어’가 아니라, ‘내가 이런저런 일을 겪어 보니 이렇더라, 진급 누락도 해보고 망신도 당해보고. 그래서 깨달은 의미가 이런 거였어’라고 말하니 읽히고 팔리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내공』 서평 중엔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좋은 선배와 맥주 한 잔 하며 이야기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다.
글쓰기를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업세이’를 써야 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앞서 말했듯이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쓰고 싶은 것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단, ‘나’와 ‘내가 하는 일’을 직업으로 바라보지 말고, ‘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 걸음 떨어져 메타인지를 통해 나를 조망한다.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구나.
내 일은 어떤 의미가 있고, 왜 해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구나.
또, 내 일을 통해 수혜나 도움을 받는 사람과 부서는 이렇구나.
글의 소재는 물론, 일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결국 내 업이 나를 평생 먹여 살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식이 많으면 좋은 글이 나올까?
내가 성공을 했다고 그 방법을 알려 주면 사람들이 꽃을 본 벌떼처럼 달려들까? 이래라저래라 하는 시대는 없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직접 부딪쳐보거나 검색을 통해 공부하고 스스로 깨우치려는 정서가 가득하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담으면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지식과 노하우만 담으려 하지 말고 그곳에 나와 나의 이야기, 진솔함을 담아야 한다.
업세이는 내 전문영역을 진솔함과 함께 잘 담아내는 장르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 무조건 세 가지 이상의 주제로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추천한다.
소위 말해 ‘문어발식 글쓰기’다. 한 장르나, 한 주제만 고집하면 오히려 글쓰기는 멈춘다. 다양한 글쓰기의 시도를 통해 이 글이 안 써질 땐 저 글을 쓰며 서로 상호 보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추천하는 세 가지 주제는 ‘업세이’와 ‘에세이’, 그리고 ‘취미’에 관한 이야기다.
‘에세이’는 일기처럼 편안하게 내 일상과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이고, ‘취미’는 영화 감상평이나 서평과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쓰면 된다. 이와 더불어 ‘업세이’는 첫 번째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글의 소재가 끊이지 않기에 가장 자신 있게 써 내려갈 수 있고, 또 가장 많이 써낼 수 있는 주제이자 장르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시작하면, 단언컨대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글쓰기가 이어질 것이다.
글쓰기가 주는 선물은 과연 어마어마하다.
글을 써 내려가며 나를 내어놓을 수 있었고, 내어놓은 글은 책이 되었다. 책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나는 비로소 내가 원하는 삶인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는 나의 페르소나를 돌아보게 했고, 내 ‘일’을 ‘업’으로 승화시켜줬으며, ‘어떻게’ 보다는 ‘왜’를 지향하는 관점과 시야를 준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온 존재로 받아들이고 만끽한다.
어느 누구 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함께 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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