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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11. 2020

인문학은 고전을 벗어나야 한다.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임을 상기하며.

인문학의 역설


이제는 누구나 인문학의 중요성을 안다.

그리고 인문학을 갈구한다. 스티브 잡스가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문학과 결합한 기술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들거라 했을 때 세상은 요동했다. 


"어떻게 하면 인문학을 (빨리) 배울 수 있을까?"

인문대생을 뽑아 코딩을 교육하는 회사가 생겼고, 출판사들은 이때다 싶어 고전들을 다시 찍어냈다.


요동은 요란했고, 요란한 건 빈수레가 되었다.

그 이면엔, 인문학이 핵심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애플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란 방법론적인 조급함이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인문학은 (거기에) 없었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


그러니까,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을 때 사람들은 질문을 잘못한 것이다.

우리는 인문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몰두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교육은 늘 '어떻게'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볼 지, 어떻게 하면 운전면허를 쉽게 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돈을 쉽게 많이 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팔로워 수를 늘릴 수 있을지.


'왜'라고 묻지 않으니 인문학은 거기에 있을 리 없다.

인문학은 '왜'로부터 시작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인문학을 해야 할까가 아니라, '왜' 인문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고전을 읽어야 하나? 미술작품을 보고 교양을 쌓아야 하나? 심리학을 해야 하나?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 역사를 외워야 하나?

고전이 인문학이고 철학이 인문학이라고 주장하는 건, 눈을 가린 사람들이 자신이 만진 다리, 꼬리, 코, 귀를 가리켜 그것들이 각각 코끼리라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가 아니라 '왜'의 시선으로 인문학을 바라봐야 한다.


인문학은 고전을 벗어나야 한다!


'인문학'은 사람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고전 문학, 미술, 심리학, 철학 등은 사람들로부터 나온 일종의 부산물이다. '어떻게'의 시선은 그 부산물에 집중하게 한다. 그 부산물들을 마스터하면 마치 지식이 구원이 되어 인문학이라는 열반에 이르고, 그 열반이 스티브 잡스보다 더 좋은 사업 아이템을 생각나게 해 줄 거란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부산물을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한다고 그 본질을 알 수 없다.


본질은 '사람'이다.

고전이나 철학이 본질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러므로 인문학은 '사람'으로 시작해야 하고, 사람인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보다 나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보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SNS에 떠다니는 욕구들을 보고 탐구해야 한다. 물론, 고전도 읽어야 한다. 그 안에서 '사람'을 보면 된다. '왜'라고 물으면 된다. 그저 '지식'을 위한, '어떻게'를 위해 이제껏 해왔던 고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본질인 '사람'에 초점을 맞출 때, 부산물(고전, 미술, 심리학, 철학, 역사 등)은 비로소 이해가 될 것이다.

더불어 삶의 통찰은 우리 곁으로 온다고 나는 믿는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최진석 교수는 '인문'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로 정의했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며, 교양이나 지식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인간이 움직이는 흐름을 읽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음도 함께.




나는 최진석 교수의 말에 100% 동감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가 말하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부산물)', '흐름을 읽는 능력(통찰)'이 나의 결과 같다.


'흐름'은 현재다.

그래서 그 흐름을 읽는 능력을 키우려면 지식이라는 고전을 벗어나야 한다. 지금을 돌아보고, 우리 곁에 일어나는 현상과 트렌드를 '왜'라는 질문과 '통찰'이라는 관점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 던진 질문과 통찰로 얻은 것들에 대해 써 내려가려 한다.

이것은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임을 상기하며.

인문학을 왜 중요한가에 대한 대답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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