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GPS

'위성'은 다름 아닌 '내 글'이다.

by 스테르담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건...!


인디언은 말을 달리다 잠시 멈추어 뒤를 본다.

걸음 느린 자신의 영혼에게 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왜일까. 목적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왔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부터, 아니 그 이전 학생 때부터 무조건 뛰라고 가르침을 받는다. 이유 따윈 없다. 그저 뛰고 또 뛰라고 말한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저기 저 위에 있는 깃발을 먼저 잡아야 살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누군가를 앞서고 저 위에 있는 깃발을 마침내 낚아챘을 때.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놓고 왔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요 전날,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 위에 차에 오른 적 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가야 할 곳이 빠르게 검색되었다. 시간까지 계산되어 나왔고, 가는 길에 차가 얼마나 막히는지까지 표기가 되었다. 참 살기 좋은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이라서 그런지 내 위치가 잡히지 않았다. 지하를 벗어난 이후에도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다. 나는 우왕좌왕했다. 주차장을 나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감으로 잡은 그 방향에서, 마침내 GPS가 잡혔을 때 나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대게 '목적지'나 '목표'에 혈안이 되었다.

지금의 삶을 당장 바꾸겠다고 높은 목표를 세워 놓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해 자책을 반복하는 행동들이 딱 이와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은 채, 목표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그 결과는 뻔하다. 내가 지금 제주도에 있는지 미국 뉴욕에 있는지를 알지도 못한 채, 서울 어느 맛집을 내비게이션으로 찍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출발지에 따라 목적지로 가는 방법과 수단은 다르다.

그러니까, 목적지를 살피기 전에 내 위치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내 위치', '내 상황'. 결국, '나 자신'.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출발지'인 것이다.


글쓰기로 내 위치를 파악한다.


글쓰기는 아주 훌륭한 GPS다.

내가 어디 있는지를 잘 알려 준다.


'GPS는 '범지구 위치 결정 시스템'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되었으며 무기 유도, 항법, 측량, 지도 제작 등의 군용 및 민간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GPS 위성은 미국 공군 제50 우주 비행단에서 관리하고 있고, 노후 위성 교체와 새로운 위성 발사 등 유지와 연구, 개발에 필요한 비용으로 연간 약 7억 5천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GPS는 전 세계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lobal Positioning Sytem'이란 말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데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글로벌(거시적으로)'하게, '위치(감정, 생각, 상태)'를 알려주는 아주 정확하고도 훌륭한 시스템이니까 말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참으로 거창한 일이기도 하다.


글쓰기라는 GPS는 단순히 위치만을 파악하지 않는다.

그 위치에 있는 나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상태를 종합적으로 표현한다. 현존하는 GPS보다 한 수준 더 위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미 공군 제50 우주 비행단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용료를 내라고 하거나 신호를 끊어버려도 걱정이 없다. 그 위성은 나에게 속해있고, 우리는 스스로 필요한 수많은 위성을 글쓰기로 자체 제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고대 델포이 아폴론 신전 프로 나오스엔, '너 자신을 알라'란 말이 적혀있다.

너무나 흔한 말이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의 모든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메타인지 글쓰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과연 '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다면, 그 수준은 어떠할까? 우리는 스스로를 완벽히 알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1초 전의 마음과 1초 뒤의 생각을 나는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하니, 우리는 글쓰기라는 GPS로 나를 시시각각 파악해내야 한다.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것은 내 생각과 마음을 거쳐 나온 것들이다. 모든 글엔 나 자신이 묻어 있다. 그 묻어 나온 것들을 기반으로,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나를 살필 수가 있는 것이다.


글쓰기 전엔 내 상태를 잘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힘들고, 그저 짜증 나고, 그저 화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다. 그러니, 무언가를 이루어도 만족감이 없었고, 무언가를 이뤄가는 성취의 순간들은 점점 더 줄어갔다. 출발점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저 멀리 어딘가를 가려했던 오만이자 아둔함의 결과였다.


이제는 각자의 GPS를 켤 때다.

여기, 글쓰기라는 버튼이 있다.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귀신 같이, 아니 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글쓰기는 내 위치와 상태를 파악하여 나에게 알려줄 것이다.


내 위성을 많이 띄워야 한다.

그러하면, 내 GPS의 정확도와 스피드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위성'은 다름 아닌 '내 글'이다.

꾸준히 '메타인지 글쓰기'를 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 글쓰기의 본질을 전하는 사람들, 팀라이트가 브런치 글쓰기 강의와 공저출판 프로젝트를 런칭 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함께 주변의 글쓰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팀라이트 클래스 안내] 브런치 글쓰기 x 공저 출판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keyword
이전 01화(나를 잘 되게 하는) '메타인지 글쓰기'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