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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0. 2016

네덜란드는 여행하기 좋은 곳일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여행에 굳은살이 박혔다면.

"해외여행의 추억"


해외, 말 그대로 바다를 넘은 Overseas를 처음 여행 한 그때는 20세가 갓 넘은 즈음이었다. 

비행기를 타며 생각했다. 그곳의 공기는 어떨까? 그곳의 흙은, 땅은 하늘은 어떻게 다르게 생겼을까? 동남아 어느 습한 그곳에 착륙하여 비행기에서 내린 첫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숨이 턱 막히는 습도 높은 공기와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의 정도가 한국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늘은, 땅은, 바다는 그리고 강과 산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후에 하나하나 많은 국가들을 다녀보며 어쩌면 이리 다를까, 또 어쩌면 사람 사는 것은 이리 같을까를 번갈아가며 느끼곤 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세상에 새삼스러울 것이 아니지만, '해외'란 말과 '여행'이란 말은 참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온라인과 정보의 홍수로 더욱더 가까워진 '지구촌'이지만, 그래도 내가 아닌 그리고 여기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곳의 이야기는 '여행'의 목적이자 매력임이 분명하다.


펼쳐진 날개와 저 아래 보이는 구름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몸부림이기에.


"네덜란드 갈만해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네덜란드 갈만해요?"


주재원으로 네덜란드에서 지낸 지 이제 2년 하고도 반이 넘었기에 받는 질문이다. 요즘은 갈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가본 곳도 많다. 특히 유럽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프랑스나 영국, 스페인 이태리 등. 유명한 나라와 상징적인 그 무엇이 있는 곳이라면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에 따라, 오히려 남들이 안 가본 곳을 여행하는 트렌드가 생길 정도다. 그리고 가보지 않은 곳의 이야기와 사진은 SNS 등에서 큰 각광을 받는다.


네덜란드를 검색해보면 단 몇 가지 단어로 압축된다. '풍차마을', '튤립', '홍등가' 그리고 '치즈'정도. 그리고 가장 유명한 장소는 중앙역과 홍등가를 잇는 '담락 거리'일 것이다. 보통 네덜란드는 목적지로 오지 않고 거쳐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짧은 시간에 다녀가거나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한반도의 절반도 채 안 되는 크기의 작은 나라에, 그것도 에펠탑이나 빅벤 그리고 콜로세움과 같은 커다란 상징물이 없는 곳을 여행의 목적지로 잡는 것은 보통의 결심으론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좌] 담광장부터 중앙역까지 이어지는 담락거리 일부
[우] 중앙역 앞 부근. 암스테르담의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는 독특한 집들


나 또한 부임 전에 출장으로 자주 오가며 그제야 네덜란드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에게 열흘간의 휴가가 주어지고, 그 목적지가 유럽이라고 한다면 '네덜란드'에서 열흘을 채우는 것엔 큰 확신을 가지지 못했었다.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조차 휴가 기간엔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다른 국가로의 근접성이 좋고 보다 좋은 날씨와 햇살을 즐기기 위해 남쪽으로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돌아가 과연 네덜란드는 여행하기 좋은 곳일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내 대답은 무조건 "Yes!"라고 할 것이다. 물론, 아래의 것들을 읽어보고 마음에 와 닿는다면 말이다.


풍차마을, 튤립축제, 홍등가...이것이 다가 아니다.


"네덜란드가 간직하고 있는 가장 큰 매력"


우리는 각자 여행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서 또는 재충전을 위해, 또는 식견과 경험을 넓히기 위해... 등등. 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 추구하는 여행지가 달라질 것이다. 쇼핑을 위해서라면 대도시 위주로 알아봐야 하고 휴양을 위해서라면 동남아가 제격일 것이다. 중세 시대에 대한 궁금증과 시간을 되돌린듯한 헤리티지를 느끼고자 한다면 단연코 유럽이 떠오르듯이.


힘 빠지겠지만 사실 이러한 분명한 목적과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고픈, 또는 큰 상징물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위해서라면 네덜란드는 적합한 목적지가 아니다. 네덜란드는 쇼핑에 최적화되어 있거나, 사시사철 날씨가 좋다거나 거대한 무언가가 있어 그 앞에서 사진 찍는 것 하나만으로 큰 자랑거리가 되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일상'이다. 이런 아이러니라니. '일상'이 지겨워 떠나온 여행지의 가장 큰 매력이 '일상'이라니. 또 하나. '일상'도 그냥 '일상'이 아니다. 바로 '소소한 일상'이다. 내 일상을 떠나 남의 그것을 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일 수 있겠지만, 화려하거나 독특한 일상 정도 되어야 여행 온 보람이 있을 텐데 네덜란드의 그것은 참 '소소'하다.

좋지 않은 날씨 탓에 간만의 햇살에 감탄하고, 오는 비에 젖어들고, 살랑이는 물결에 심취하게 된다.
참으로 소소하게.


그러기에 네덜란드가 한껏 환상에 부푼 해외 여행지, 또는 유럽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가 되는 것은 참으로 희박하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여행에 굳은살이 박힌 사람이라면, 유명한 무언가에 이끌려 그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 후에 몰려드는 허전함이 있는 경험이 있다면 네덜란드는 다음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네덜란드에 대한 정보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암스테르담 말고도, 풍차마을이나 튤립 말고도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여행의 의미와 트렌드가 조금은 바뀌어 그러한 여행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네덜란드도 목적지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다.


"네덜란드 여행, 그리고 주의할 점"


한가로이 흐르는 운하. 햇살이 드는 길거리든 어디든 그것을 즐기는.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그들이 관광객이든 동네 사람들이든 간에 건네는 하나하나의 말. 무엇이 저렇게 즐거운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그 매력. 바로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그들을 보며 그것을 동경하게 하는 무엇이다. 그리고 그 '무엇'이 바로 네덜란드 여행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면서.


더불어 네덜란드를 여행하기 좋은 이유들도 몇 있다.


첫째, 어디서든 영어가 통한다. 그리고 친절하다.

네덜란드는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영어'에 능통하다. 왜 북서쪽 유럽이 영어에 능통한지는 예전에 쓴 글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참조 글

"영어야 반갑다 너, 네덜란드에서!"


더불어, 교역으로 먹고살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유럽 나라 대비 마음이 더 열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종차별이나 눈에 띄는 불친절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거리나 공공시설이 매우 깨끗한 것도 다른 큰 나라와 비교할만하다. 이는 주로 프랑스나 영국과 비교할 수 있는데 네덜란드는 실용적이고 직업에 대한 귀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3D업종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직접 한다. 그러다 보니 주인의식이 있고 깨끗함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철 등을 가보면 안다. 프랑스의 경우 보통 3D업종을 이주민들이 하므로 화장실 갈 돈도 아끼느라 도시 구석진 곳이나 지하의 공공시설들은 매우 지저분한 경우가 많다.)


둘째, 도시마다의 매력이 있고 나라 전체가 자연 친화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는 삐뚤빼둘한 집들과 '홍등가'를 품고 있는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틀린 지식은 아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올드타운의 면모를 갖추고 있고 관광지다운 활기참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이 외에도 위트레흐트, 로테르담, 마스트리흐트, 알크마르, 델프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도 저마다의 매력을 한껏 품고 있다. 도시마다 센트룸에 위치한 성당과 광장, 그리고 아기자기한 골목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가지고 있지만 저마다 그 색이 달라 그것에 빠져들게 한다.


참조 글

"암스테르담 집들은 왜 기울어져 있을까?"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밤은 어느 누구의 낮보다 아름답다"



도시마다 자리 잡은 성당과 광장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다 보면 지겹도록(?) 보이는 풍경이 있다. 드넓은 목초지. 그리고 풀을 뜯는 양 떼와 소. 그리고 말. 시골이라서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이와 같다. 도시는 도시대로 매력적이고 외곽은 외곽대로 한결같다. 그리고 각자의 매력을 다르게 품고 있다. 작은 운하가 길게 이어지는 근처 의자에 앉아, 바람이 살랑이며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햇살을 즐기다 보면 한 폭의 그림 속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시골이라서가 아니다. 그냥 나라전체가 자연이고 중간 중간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셋째, 일 년 내내가 축제다.

네덜란드는 활기찬 나라다. 왕의 날이나 큰 축제의 날이면 온 나라가 클럽에 온 것 같이 들썩 거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일 년 내내 축제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축제가 대외로 향한 것이 아니고 철저히 네덜란드 사람들이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러기에 그 축제 안에 녹아들면 축제의 진국을 맛볼 수 있게 된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닌, 정말 네덜란드 사람들이 즐기는 그 '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축제'와 '흥'은 일상 일지 모른다.


참조 글

"네덜란드 연간 축제 모음"




이 외에도 나열할 것들이 많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사실, "네덜란드 갈만해요?"란 질문에 나의 솔직한 대답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다르다. 솔직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네덜란드 살만해요!"


네덜란드 여행에서 가장 큰 주의점은 바로, 그 일상에 젖어 들어 네덜란드에서 '살고 싶은'마음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이민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는 나마저도 여기서 살면 정말 좋겠다... 내가 혹시라도 만약에 이민을 결심하게 된다면 그곳은 바로 네덜란드가 될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 정도다.


네덜란드 교민 중 혹자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상이 소소하고 다급함이 없고 아등바등하지 않다고 한다. 한국사람의 피가 흐른다면 어쩌면 그것이 걱정이 될지도 모른단 말에 공감이 간다. 그만큼 네덜란드의 삶은 소소하고 일상적이지만 평화롭고 유유하다. 물론, 저마다의 걱정과 고민이 있겠지만 어디 한국사람과 같을까.


결론적으로 네덜란드는 여행하기 참 좋은 나라다. 유명한 건축물이나 기념비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이나 운하 앞 벤치에 앉아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리고 일상을 떠나 또 다른 일상에 빠져보고 싶다면 난 네덜란드를 추천한다.


다음 생에는 네덜란드 오리로 태어나고 싶다거나, 여행이 이민 결심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지만.


그저 펼쳐지는 풍경 속에 몸과 맘을 맡기고 있으면 어느새 일상의 소소함은 곁에 와있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석양에서 느껴지는 소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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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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