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암스테르담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집 이야기
사람에게 귀가 두 개, 입이 하나인 이유는 무얼까?
설득력 있는 대답 중 하나는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는, 절대자의 심오한 뜻에 기반한 해석이다. 또는 사람이 진화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이른바 자연선택설로도 시도는 가능하다.
세상만사 다 이렇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그 뜻이 있고, 뒷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의 귀와 입이 몇 개인지에 대한 것은 그것이 왜인지 나중에 절대자와 대면할 때 알게 될 일이기에, 나는 오늘 내가 알게 된 확실한 것에 대해 그 이유와 뒷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네덜란드 보통 집의 가옥 모양 및 구조"
앞서 제목을 '암스테르담 집들은 왜 기울어져 있을까?'로 명시했다.
즉, 네덜란드 집 전체가 기울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통의 네덜란드 집은 마을을 이루고 있는 그곳에 열을 지어 지어진 모양새다. 물론, 네덜란드에도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물론 보트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집이 존재한다.
이미지 출처: funda.nl
가장 보편적인 집들을 보면, 대개 3층으로 이루어져 1층은 주방과 거실, 2층은 방 두세 개, 3층은 다용도실 또는 게스트 하우로 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집 앞과 뒤로 작고 큰 전용 공간이 있으며,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 공간을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잘 가꾸는 집의 경우는 그 크기를 막론하고 정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재미있는 것은 나중에도 다루긴 하겠지만 사람들이 1층의 커다란 창문은 가리지 않고 그대로 개방한다는 것이다. 가끔 동네 주변 산책을 나가면,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이나 거실에서 대자로 누워 TV를 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쳐 멋쩍게 지나치곤 한다. 이렇게 멋쩍을 거 왜 이렇게 커튼을 안치고 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역사적으로는 종교의 영향으로 인해 '나는 하늘에 부끄럼이 없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설과,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나는 왕에게 역모를 꾸미지 않는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다.
"암스테르담 'Canal House'"
자. 우리는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나서 그래도 가장 유명한 '암스테르담' 시내로 향한다.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집들이 빼곡하다.
어라? 어째 집들이 삐뚤빼뚤, 다닥다닥, 게다가 어떤 집들은 앞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오래된 집이라 기울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암스테르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거의 모든 집들이 그러하다.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건축가가 설계를 하거나, 또는 집을 쌓아 올리다 졸았거나.
아니면, 집이 하도 오래돼서 무너지고 있거나 기울었거나.
실제로, 암스테르담을 방문한 사람 중에는 건물이 오래되어서 저렇게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모양새의 집들은 암스테르담 시내, Canal 주변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Canal House'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것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왜, 암스테르담 집들은 이렇게 기울었을까? 게다가 네덜란드 다른 지역 집들은 그렇지 않은데...
일단 앞에 언급한 암스테르담 'Canal House'의 특징을 다시 한 번 더 살펴보자.
첫째, 집의 면적이 '좁고', '높다'.
둘째, 다닥다닥 붙어있다.
셋째, 창문의 크기가 크다.
넷째, 집 꼭대기에 무언가가 달려있다.
다섯째, 그리고 대개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일단, 이곳이 네덜란드라는 곳을 상기해보면 몇 가지 이유가 설명된다.
즉, 네덜란드 하면 땅을 지독하게 개간한 나라이며, 특히 암스테르담이 개간된 땅의 중심이다.
('낮은 땅, 높은 키' 글 참조)
땅이 귀하니, 이 곳의 땅값과 세금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각 집에 부여되는 세금은 전체적인 크기가 아닌 면적에 비례하게 되었고, 때문에 '좁고 높은'집이 탄생하게 된다. 더불어, 개간한 땅이니 지반이 약해 집들이 서로를 기대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고 만다.
어쩌면 '땅'보다 '면적'이 더 귀하다고 봐야겠다.
이로써 첫 번째와 두 번째 특징에 대한 이유가 설명되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 가지 특징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세 번째와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는 한 번에 설명이 되어야 한다.
자, 우리가 암스테르담 시내의 집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냉장고나 소파, 세탁기 등의 커다란 집기는 어떻게 옮겨야 할까?
문으로는 그 커다란 집기들이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들어가더라도 내부에 있는 좁디좁은 계단으로 그 무거운 것들을 들고 갈 순 없다. 무엇보다 공간도 허락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건물 꼭대기에 도르래를 설치했고, 이 도르래로 그 큰 물건들을 끌어올려 커다란 창문으로 밀어 넣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게다가, 건물이 평평하게 서 있으면 그 물건들이 벽에 부딪치게 되므로 건물 외벽을 앞으로 기울어지게 설계를 한 것이다.
커다란 창문은 햇볕이 귀한 네덜란드 날씨의 특성에 맞게 채광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보이는 것에 대한,
왜 그런지에 대한 고찰"
우리는 때로, 보이는 것에 대해 속단하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건물들도, '왜'라는 질문과 이유에 대한 고찰 없이는 그저 잘못 설계되고 오랜 세월에 기울어져가는 건물로 치부될 수 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이 왜 저랬을까, 왜 저렇게 행동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사람을 이해하는 정도가 커지고 내가 받는 상처는 줄고 기쁨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집이 기울어져 있는 데에도 모르고 지나가는 무관심.
'왜'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는 우리의, 아니 나의 부족한 마음의 여유와 생각들을 돌아보는 것이 더 급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자세히 봐야겠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P.S
한 가지 더.
집들이 앞으로 기운 것뿐만 아니라 삐뚤빼뚤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면적으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아래 면적은 작게, 그리나 위로 갈수록 면적을 좀 더 크게 짓는 집들이 생겨 나기 때문이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