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어른이 된 정확한 분기점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가끔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 때면, 이미 나는 어른임을 자각한다. 그 자각은 먹고살기 위한 하루에 대한 깨달음이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제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내일에 대한 포용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느끼는 어릴 적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흔들림의 정도'다.
어릴 땐 분명 많이도 흔들렸다. 그리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내 주위엔 흔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니까. 더불어, 그때의 흔들림은 사회적으로 이해가 되는 때였다. 누구나 그 흔들림을 지나왔기에 사회는 이 땅의 젊음에게 모라토리엄을 용인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 주위엔 흔들려선 안된다는 강박에 가득 찬 사람들로 분주하다. 나도 그렇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세상. 천 번을 흔들려서 어른이 되었으니, 이제는 흔들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하루 종일 무겁다.
행복하려 살기 보단, 덜 불행하기만 해도 다행인 시대.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가련한 질투와, 내가 저 사람보다는 괜찮다는 우둔한 안심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무수히 흔들린다.
하지만 어찌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다들, 흔들리지 않는 척할 뿐. 아니면 잘 흔들리는 요령을 터득했거나.
갈대는 아무리 흔들려도 바람에 부러지지 않는다.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지만, 롤러코스터는 레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흔들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 나에게 오는 질문이다.
중심을 잡으면 우리는 잘 흔들릴 수 있다. 좀 더 흔들려도 된다. 흔들려야 삶은 다양해진다. 그렇다면 어른 이전의 자유를 맛볼 수도 있다. 어른이라는 자각은 잊지 않으면서.
그래서 나는 흔들려선 안된다고 말하는 세상과, 흔들리는 것에 불안한 나에게 나지막이 읊조린다.
'흔들리는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