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집 안은 따뜻했다. 재킷을 의자 등받이에 걸쳐 놓은 회사원들이 좁은 가게 안에 어깨를 거의 비빌 듯이 붙어앉아 있었다. 바람막이를 입은 아저씨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찐만두를 집어먹으며 작은 잔에 부은 중국 술을 들이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맞은편에 앉은 아빠를 힐끔 쳐다보았다. 직장 동료들과 오면 아빠도 저 빨간 병에 담긴 술을 마실까? 아빠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여기 맛있다. 기대해도 좋을걸.”
아빠는 입이 짧다. 만두, 돼지국밥, 짜장면, 햄버거 등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을 반복해서 먹는 스타일이다. 음식집을 찾는 방법도 비슷해서, 인정할 만한 곳을 찾아내면 문지방이 닳도록 그곳만 들락거린다. 가끔 엄마나 나와 언니를 데려가서 먹는 동안 우리의 반응을 기대어린 눈으로 살피기도 한다. 그럴 때의 아빠는 음식보다 칭찬을 더 먹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을 마시면서 주방 쪽을 흘끔대는 지금도 우리를 의식하면서 언제 음식이 나오나 기다리는 모양새이다.
좁은 통로를 발레리나처럼 민첩한 움직임으로 활보하던 아주머니가 마침내 우리 앞에 김이 피어오르는 그릇을 내려놓는다. 둥근 산 모양으로 담은 고슬고슬한 볶음밥, 만두피가 두껍고 바삭하게 튀겨진 군만두 큰 접시.
잊고 있었던 배고픔이 뱃속에서 아우성친다.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뜨거운 군만두를 조심스럽게 깨물자 바사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향기로운 기름이 입 속으로 퍼진다. 두 번째 만두를 쪼개서 간장에 담그고 있을 때 또다시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어떻노?”
만두를 물어 볼이 불룩해진 아빠가 반짝이는 눈으로 묻는다. 나는 때가 다가왔음을 깨닫고 입을 연다. “엉, 맛있다. 이 집 잘하네.” 툭 던지는 듯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함이 느껴지는 말투. 아빠의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나는 내친김에 열심히 밥을 떠먹는 언니에게도 공을 넘긴다. “볶음밥은 어때?” 다행히 언니가 딱 적절한 투로 받아쳤다. “맛있는데?” “그래? 그럼 나도 먹어봐야지.” 앞접시를 들고 큰 그릇에 담긴 밥을 내 쪽으로 옮긴다. 때로는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효과적인 법. 음식에 집중하며 관심을 쏟는 우리의 모습이 아빠를 흐뭇하게 만들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무심한 듯이 지나가는 말투로 그 부푼 공기에 정점을 찍는다. “아빠가 인정할 만하네.”
사실 이 만두는 맛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약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언니는 병원의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빠의 뱃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종양 때문이었다. 엄마는 아빠 혼자 가서 들으면 얼마나 무섭겠느냐며 나와 언니의 등을 떠밀었다. 아빠가 애도 아니고, 하는 말로 투덜거렸지만 우리도 잔뜩 겁먹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소변줄을 찬 환자들이 맥없는 모습으로 지나다니는 걸 보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피가 바짝바짝 말랐다. 사주 사이트를 구경하면서 언니와 시시덕거렸지만, 머릿속으로 온통 관심이 쏠린 건 아빠의 운명 쪽이었다.
한참 뒤에 나온 아빠가 맥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깨끗하단다.” 물혹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심각한 건 아니라는 말이 뒤따랐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들었다. 두 갈래의 운명 앞에서 한 끗 차이로 간신히 비극적인 쪽을 피한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 병원이 있는 언덕길을 내려와 약국으로 향하면서 연신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는 말을 반복했다.
원래 가려고 마음먹었던 쪽은 피자집이었지만 너무 유명한 탓인지 웨이팅이 끝도 없이 길었다. 세 자리대인 번호표 숫자만 확인하고 내려온 우리는 맥없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때 아빠가 좋아하는 만두집 생각이 떠났다. 부산역 차이나타운 쪽이라고 했으니 바로 이 근처일 거였다. 언니도 좋다고 했고, 오히려 그래도 괜찮겠냐고 계속 묻는 것은 아빠 쪽이었다. 확고한 우리의 답변에 아빠는 주저하듯이 만두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약간 취한 것처럼 기분좋은 미소가 퍼진 아빠의 얼굴을 보며 나는 그때 그 제안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병원에서 긴장했던 것이 풀리면서 기분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전에 없이 뿌듯해하는 것 같던 아빠는 급기야 지갑을 꺼냈다. 기분이라면서 언니와 나의 손에 오만 원권을 한 장씩 쥐여주었다. 아빠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게 이런 것일까? 서로 눈짓을 교환하던 언니와 나는 기쁘게 용돈을 받아들었다.
넓은 그릇에 담겨 있던 만두와 볶음밥은 접시를 혀로 싹싹 핥아먹은 것처럼 깨끗하게 사라졌다. 딸랑, 종을 울리며 문을 나서는 순간 팽팽했던 아빠의 얼굴에 다시 주름이 생기는 것 같았다. 넓게 펴져 있던 어깨가 줄어들고, 눈빛은 눈앞의 음식보다 더 먼 미래의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검진 결과만 들으려고 반차를 썼기 때문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우리는 회사로 돌아가는 아빠를 마중했다.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와.” 내가 던진 말에 잠깐 웃은 아빠가 곧 차를 출발시켰다. 흰 봉투에 가득 담긴 약봉지를 조수석에 태우고서.
“이제 가자.”
언니가 내 팔을 붙잡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정장을 입은 아빠의 뒷모습이, 아빠를 태우고 사라진 차의 꽁무니가 계속 눈에 밟혔다. 오랜 세월 반복된 삶의 한 귀퉁이를 잠깐 엿본 것처럼 낯설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