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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증수표였다(2)

연재를 기다려주신 몇 분의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by 감성반점

2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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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융 비스무리 한 업종에서 몇십 년째 근무 중이다.
지금은 많이 바뀠지만 나의 직장 분위기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금융맨들을 한번 떠올려보시라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단정한 머리스타일로 대표되는 금융스타일이 있었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

내가 일탈을 꿈꾼 건 10년은 좀 더 된 거 같다.
전 편에서도 언급했듯 난 꽤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대외적으로도 신뢰의 아이콘이었고 브레인으로 통했다(뭐래?? 믿거나 말거나 ㅋㅋ)

내성적인 성격(진짜다)에 튀는 걸 싫어했던 탓에
겸손을 가장한 은둔형!
한 마디로 초코파이형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줘~
CM송 패러디!)


첫 번째 일탈은 순결을 강요(?)하던
사무실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것이었다.
흰색이어야만 했던 와이셔츠를 무지개색으로 물들여보자는!

고심 끝에 감행을 결정하고
드디어 디데이가 다가왔다. 어느 월요일.
파란색과 핑크색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이왕 저지르는 거 화끈하게 가자'.
핑크색 낙점!!!

"가즈아~ 사무실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고 싶었지만 잔뜩 움츠릴 수밖에.
왜냐고?? 쪼리니까!

몇 안 되는 지점 직원들의 각기 다른 느낌의 시선은 회피.(내가 상사니까)
근데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다.
'휴~ 1단계는 통과했군'
오늘의 하이라이트 상사와의 대면만 남았다.
기다리던(?) 님(놈은 아니니)이 들어오신다.
평소보다 더 깍듯이 인사한다
(왜? 쪼리니까)
나와 눈이 마주친다.
(돌릴까?)
복사기 불빛 같이 날 훑고
멈춘다(내 심장도 멈춘다)
내 눈을 째리본다(밀리면 끝이닷)

근데 온갖 육두문자급 단어의 화살을 각오한 내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로 가신다.

'오예~ 뽄내뽀로미~~'
'안돼~ 반점아. 아직 긴장을 늦추지 마
영화 보면 이러다 뒤통수에 재떨이 날아 든다이 '

그 후로도 거짓말 같이 아무 말씀 없으셨고 내가 쏘아 올린 빨주노초파남 연보랏빛 무지개에

남성 직원은 하나씩 물들어갔다.
(여성은 유니폼)

시작은 내가 했지만,
사실 변화의 물결은 이미 쓰나미로 밀려들고 있었고 우리 사무실도 트리거가 필요했을 뿐.
그렇게 넥타이도 벗어던져졌고(자율)
순결의 흰색 꼰대리즘은 독점적 1위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으니...

[독촉 안 하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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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