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을 마치며
나의 꿈은 프로작사가다.
매월 음원수익 30만원이 활처럼 날아와 계좌에 꽂히는.
(지금 말고, 후~제 은퇴하고 나면)
맨날 마지막에 노래를 링크하니 패스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판에는 노래를 전면에 배치했다.
제목 : 재가 된 불씨
작곡 : 수노앱
작사 : 감성반점
노래 : 모르는 애
https://suno.com/s/qANQhUHdkOddyIqD
우찌 잘 들으셨는가?
"제목만 봐도 우껴요~"
" 와~ 작가님 알람만 떠도 웃음 터져요~"
이런 댓글 말고
" 너무 아름답고 애절한 가사네요"
"작곡가들이 줄 서시겠네요~"
이런 거 기대해도 될까?? ㅎㅎㅎ
(위로모드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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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츄리닝 잡아라-
4편에 언급한 치욕적인 사건을 계기로 마음속에 품은 각오를 테스트할 기회가 왔다.
(굳이 안 와도 된다. 쫌)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내 전공은 전자계산과였다.
학교 체육대회 때 일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과는 약체로 분류됐고 실제로 결과도 그랬다.
근데 올해는 축구 결승전까지 진출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기계과.
전력비교도 안될 만큼 기계과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었고
악당(전개 암시)들도 우승은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이 방심한 결과일까?
우리의 엄청난 행운과 악당들의 지독한 불운이 겹치며 우승은 말도 안 되게 우리가 차지했다.
(사실 전산과 역사상 역대급 멤버 기는 했다)
강의실에 모여 승리를 자축하며
찐하게 막걸리 판을 벌린 우리는
2차를 위해 학교 앞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때,
참담한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
부글부글 끊고 있던 악당 무리들이
저 멀리서 몰려오는 게 레이더에 포착된다.
나는 눈치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4편에선 후배가 있었다면 이번엔 동기형님
(앞으로 강)이다.
악당들을 본 강은 "전산과~ 전산과~"를 외치며
"뭐든 하나 걸리기만 해라이"라는 악당들의 바램에 제대로 호응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으이구~ 매번 등장하는 이 노무 만행!!)
눈치 빠른 나는 여자(동기와 선배)들을 피신시킨다.
"OOO호프에 먼저 가있어요~"
점점 가까워지는 악당 무리들
(제발 좀 오지 마)
붉게 달아오른 악당의 정예요원들이 달려온다.
그 뒤로 빠른 걸음으로 몰려오는 악당의 본진들(전부 남자다)
그래도 강은 물러서지 않는다.
(어허~ 저 객기보소~)
과총대 형님이 진화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눈치만큼 발도 빠른 우리 과 머스마놈들은
빛의 속도로 흩어졌다. 악당들과 최대한 멀리로.
강과 과총대 형님은 악당들에게 둘러싸였고 난 공포스러웠다.
도망간 머스마놈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러나 불현듯, 4편의 각오가 뇌리에 떠오른다
(이럴 땐 좀 가라 안자 주면 안 되겠니??)
난 포위된 형님들 쪽으로 달려가며
(진짜 달렸을까??) 소리쳤다.
"우리 형님들한테 왜 그래요오오옷~~~"
이렇게 일사불란할 수 있나?
모든 악당들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한다.
0.1초의 정적 후 악당 누군가가 소리쳤다.
"빨간 츄리닝 잡아라~~~"
'빨간 츄리닝????.
ㅈ 됐다. 나다.'
그 순간 각오고 나발이고 목숨 앞에선 사치일 뿐이었다.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내 다리.
말 그대로 걸음아 나 살려라를 시현하는데.. 문제가 있다
운동화를 꾸게(다급하다. 표준어 모른다) 신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로 토끼다간 무조건 잡힌다.
선택의 여지가 읍따!!
맨발의 아베베가 되는 수밖에.
또 하나의 치욕적인 인생수치가 추가되는 순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머스마놈들이랑 합류한다.
"니 신발은 우쨌노?"
"목숨을 버리까? 신발을 버리까? 확 마~"
"ㅋㅋㅋㅋㅋㅋ"
"웃어????? ㅋㅋㅋㅋㅋㅋ"
그들은 근처 신발가게에서 단화를 사서 내게 신겨줬다.
탈출은 지능순이라면 바보인 내가 그들은 대단해 보였단다.
강과 과총대 형님은 악당 수괴의 개입으로 큰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악당 수괴와 잔당들은 우리 과를 찾아왔다.
악당들의 사과를 우리는 너그러이 수용했고 그렇게 사건은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비록 아끼던 신발은 떠나보냈고,
학교광장을 맨발로 띠다닌 굴욕의 추억으로 남겠지만..
바로 도망가지 않고 두려움 속에서 난 '찍'소리라도 낸 용자라는 뿌듯함.
이 사건이 내게 트라우마가 아닌 이유다.
그렇게 내 기억 속 각오를 지킨 작은 실천의 명 장면으로 기록된다.
이렇게 마무리되면 훈훈하이 얼마나 좋냐고...
<4-3부에서 계속>
"팟캐스트 한번 해보시면 어때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
저를 이렇게나 과대평가해주시고~
늘 응원해 주시는 이다연 작가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덕분에 브런치가 부페보다 맛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다연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