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 이 노래로 드립니다.
아버지께서 9월 7일
향년 92세로 소천하셨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둘째 아들이셨던 아버지는
학업은 중단했지만 그 시절 대학에 다닐 만큼 총명하셨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고, 1964년 결혼해 2남 3녀의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무선국(지금의 KT)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시며 다섯 자녀를 키우기엔
늘 빠듯하셨던 아버지는 더 넉넉한 살림을 위해 외항선원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한 번 나가면 1년, 돌아오면 한 달.
그렇게 20여 년을 바다에서 보내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조용한 분이셨습니다.
퇴직 후에도 친구나 지인 없이 혼자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지내셨다지요.
그 유전자의 일부가 저를 브런치 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기에
그 눈빛 하나, 고개 끄덕임 한 번, 살짝 피어나던 미소 하나에 그 큰 사랑이
담겨 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유독 욱이(장남인 제 아들)를 좋아하셨습니다.
과묵하던 얼굴이 손자를 볼 때면 환해지셨으니까요.
말씀하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은 늘 넘쳐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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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습니다.
열이 오르고 목이 아파 동네 의원을 다니셨고, 링거와 해열제로 괜찮아지길
몇 번 반복하셨습니다.
그러다 다시 열이 오르자 결국 종합병원에 입원하게 되셨고, 피검사 결과를 들은 누나는 울먹이며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가족들 와야 될 것 같데.”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길어야 몇 주라고 했답니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저는 산소줄을 단 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버지, 욱이 오늘 제대했어요.”
“아이구 장하다. 정말 고생 많았다.”
힘겹지만 환한 웃음을 지으시던
그 목요일 저녁의 모습이 저와 아버지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다음날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기셨고,
지방과 서울의 형제들이 급히 내려와 모였습니다.
누나 2명이 면회를 들어갔을 때
그 가쁜 호흡 중에도 말씀하셨답니다.
“저기 악마가 보인다. 우리 애들 해코지 하면 안 되는데...”
숨쉬기조차 힘든 그 순간까지도
자식 걱정을 놓지 못하신 아버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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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딸은 외국에서 급히 귀국했습니다.
물리적으로 하루 이상 걸리는 상황이었기에
아버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인공호흡기를 달고 버티셨습니다.
모든 자녀와 손자가 다 모이고 나서야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셨습니다.
돌아보면,
욱이 제대 날까지, 자식들 모두 올 때까지
끝까지 기다려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입원 사흘 만에 아버지는 평안한 얼굴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편히 가셨구나”라는 확신을 주는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종착지 부산추모공원 영면하우스는 남은 가족들이 가장 편히 바라볼 수 있는
딱 가운데 층으로 배정되었습니다.
그것마저도 아버지의 배려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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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버지는 곁에 안 계시지만,
마지막까지 기다려주신 사랑과 배려가 우리를 다시 한 가족으로 묶어주었습니다.
그 희생을 돌아보며 가족들은 삶의 방향을 다시 잡습니다.
호랑이가 고양이를 낳을 수 없듯,
우리는 아버지의 자녀답게 다시 당당히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아버지가 물려주신 진짜 유산일 테니까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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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슴 시린 우리의 어머니.
중환자실에서 위독한 아버지를 보시고 오열하셨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버지는 어디 가셨노?” 하고 물으셨습니다.
치매로 인한 단기기억상실.
방금 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신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버지의 소천을 모르십니다.
기억하지 못하시는 게 다행일까요.
자식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너집니다.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이 노래로 남깁니다.
원곡은 태연의 '만약에'입니다.
걱정해 주신 소중한 브런치 인연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ttps://youtu.be/OLqs0gfgxVg?si=bn1d_i6cs-FLpf7l
제목 : 사랑해요 아버지
원곡 : 만약에(태연)
개사 : 감성반점
노래 : 감성반점
[Verse 1]
아버지 눈떠보세요
그렇게 아끼시던 맏손자가
제대인사 드리러 왔어요
아버지 들리시나요
저희들의 목소리 아직은요
제발 안 돼요 놓아드릴 수 없어
[Chorus 1]
곁에 있어주세요
아직 저희는 준비가 안 됐잖아요
자식들 모두 보셔야 되잖아
힘드셔도 제발 좀 더 머물러주세요
욕심인 거 알아요
편하게 보내드려야 한단 사실도
당신을 위해선 놓아드려야
한다는 것을.
용서해요 아버지.
[Verse 2]
마지막 고통까지도
자식들을 위하여
떠나는 그 순간조차도
가족걱정만 하신
[Chorus2]
이젠 편히 쉬어요
당신이 주신 그 사랑 가슴에 품고
당당하게 다시 살아갈게요
그 길을 함께 해주실 거라 믿어요
하나만 부탁해요
남겨진 엄마 가슴속에 머물러요
그리울 때 떠올리게 된다면
지켜주세요 당신의 평생 사랑
정말 고마웠어요
아픔과 고통이 없는 그 세상에서
평생 꿈꾸던 시인이 되시길.
울지 않을게요.
사랑해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