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자와나오키'와 자기소개서

딸의 길잡이가 되어준 드라마

by JIPPIL HAN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 남짓이었다.

11월 시험을 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6개월 안에 승부를 보기를 원했다.


졸업을 마친 딸의 일과는 온전히 공부로만 채워졌다.

잠깐의 잠과 식사를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냈다.

더구나 희망하는 대학은 토플 90점 이상이 안정권이었기 때문에, 토플시험을 거의 2주에 한 번씩 보면서 점수를 올려야 했다.


이렇게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바쁜 딸을 위해 나는 곁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일본어를 전공한 엄마만이 특별히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끝에, 자기소개서에 필요한 희망대학의 개교이념과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 등을 찾아 정리해 두기 시작했다.


물론 학원에서도 자소서의 문법 교정은 해주었지만, 글의 깊이와 울림은 결국 스스로 찾아야 했다.

나는 딸이 쓰는 글이 단순한 자기소개를 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되기를 바랐다.




그 무렵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던 한 드라마가 떠올랐고, 딸이 쉬는 시간마다 드라마를 보게 했다.

바로 이케이도 준(게이오대학 경제학과 출신 유명 소설가)이 쓴 '한자와 나오키'였다.

일본에서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할 만큼 인기 있었던 드라마로 국내에도 꽤 많은 마니아층이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 한자와는 부당한 은행의 권력에 맞서 정의를 지켜내는 인물이었다.

지금도 계속 회자되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은행은 맑은 날은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아 간다'

은행은 기업이 잘 될 때는 구원자처럼 굴다가, 막상 기업이 어려워지면 대출을 재빨리 회수하여 담당자를 궁지로 몰고 간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은행의 압박으로 경영에 실패하고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한자와 아버지 장면은 뼈아픈 현실을 담고 있다. 그 장면을 목격한 한자와는 그 은행에 입사해 불의에 정면으로 맞서서 은행에 복수를 하게 된다.


한자와나오키1화09.jpg 사람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라는 한자와의 아버지



드라마는 딸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

은행과 기업, 그리고 인간의 존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정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힘임을 깨달았고,

'은행이 기업에 마땅히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결국 딸은 상학(商學:경영, 회계, 마케팅)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드라마에서 얻은 교훈을 고스란히 녹여낸 자기소개서는 유학학원 선생님으로부터 "그동안 봐왔던 자소서 중 최고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글이었다.


그때 나는 실감했다. 드라마 한 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것은 그저 '시험 준비의 결과'가 아니라, 드라마가 건넨 '뜻깊은 메시지' 덕분이었다고 믿는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 '한자와 나오키'는 단순한 드라마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딸의 앞길을 비춰준 소중한 은인이자, 오래도록 남을 인생의 길잡이였다.


시험이라는 큰 목표 앞에서, 주인공 한자와 처럼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나아간다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이제 남은 것은 6월에 있을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것뿐.

앞으로의 6개월, 뒤돌아보지 말고 오직 앞만 보며 달려가자!



- 다음 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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