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by JIPPIL HAN

우리의 6개월은 화살처럼 빨랐다.

어느새 6월 셋째 주 일요일. 시험일이 다가왔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실감 나는 아침이었다.

6개월, 아니 지난 1년까지 합치면 1년 반의 시간 동안 딸은 자신이 가진 역량과 집중력을 쏟아부어서 모든 날들을 하얗게 불태웠다.


나는 시험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제 딸이 오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갑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셔서,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답안지 위에 온전히 쏟아놓고 돌아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짧은 기도를 마치고는 소화가 잘 되는 반찬으로 정성껏 도시락을 싸주었다.


시험은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졌다.

나는 교문 앞에 내려주면서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잘 보고 와"라는 말도, "최선을 다해"라는 흔한 격려도 오히려 딸에게 부담이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따 6시 반쯤 교문 앞에서 보자"

"응"


그게 우리가 시험장 앞에서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그날 하루는 길고도 더뎠다. 기도하는 맘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 보려 영화관에 갔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저녁 6시 반. 시험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작은 딸과 함께 교문 앞으로 딸을 만나러 갔다.


멀리서 시험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속 깊이 묵직했던 돌덩이가 스르르 내려앉았다.

결과야 어떻든 웃는 얼굴로 나오는 딸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수고했어 딸!! 배 안 고파? "


" 엄마 완전 고파.. 긴장돼서 도시락을 반 밖에 못 먹었더니 하하하" 웃는다.


" 저녁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뭐든 사주께.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


그 사이 작은 딸이 자기 먹고 싶은 걸 슬쩍 끼워 넣는다.


" 언니 언니, 갑자기 삼겹살 막 당기지 않아? 그렇지? "


" 그건 네가 먹고 싶은 거잖아 이것아~ 하하 그래 삼겹살 먹으러 가자" 하고 웃는다.


딸의 웃음이 너무나 귀하고 소중했다.


그날 우리가 먹은 삼겹살은 아직까지 기억에 날 만큼 맛있었다.

특별한 맛집은 아니었는 던 것 같은데 그냥 유난히 맛있었다.

아마도 모든 걸 쏟아내고 난 뒤의 해방감이, 평범한 삼겹살을 그렇게도 특별하게 만들어준 게 아닐까.


" 엄마~ 사실 시험 난이도가 작년 11월 시험보다 꽤 높아서 당황했어."


그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 근데 나 잘 푼 것 같아 엄마. 나쁘지 않은 듯"


휴~ 다행이다.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하네.. 요 녀석!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오래간만에 노래방에 들러 맘껏 소리 지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발산했고,

둘째 딸은 언니 노래에 맞춰서 막춤을 춰대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깔깔대며 웃었다. 아~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해방감인가!!


그래,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결과는 모두 하나님께 맡기는 수밖에.!!

ChatGPT Image 2025년 8월 20일 오후 01_03_45.png



- 다음 회에 계속-

keyword
이전 06화드라마 '한자와나오키'와 자기소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