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모두 즐거운 명절을 보내길 바라지만 사실 누군가에겐 다소 두렵거나 걱정스러운 시기가 된다고 한다.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던 친척들을 명절을 명분 삼아 다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사는 얘길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잔소리 때문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성적과 대학,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 취업 후엔 결혼, 그다음엔 출산과 육아 등 쉴 새 없는 잔소리들을 마치 애정인 것 마냥 쏟아내게 된다. 믿어주면 알아서 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다들 관심이 많을까. 그때마다 우린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다. 예의는 갖춰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 좋은 질문들은 아니기 때문이라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린 그 상황마다 좋은 대답을 할 순 없어도 적절한 대답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기싸움"은 절대 적절한 대답이 아니다. 이는 서로 기분이 나쁨과 동시에 더 이상 당신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 몇 달 동안 그 적절하지 않은 대답을 전 국민 상대로 하는 걸 본 것만 같다.
첫 번째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었다. 그 영화는 원작에 대한 존중이 하나도 없었다. 원작의 작가는 이순신 장군을 향한 존경을 담아 그가 사용했던 칼을 휘두르는 여고생 인물을 창조했다. 중요한 순간 이순신 장군님의 기개와 위엄을 내뿜으며 모두의 사기를 끌어올려 상대를 굴복시키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인물은 영화에서 총을 들었다.
그뿐인가. 원작 속의 가상의 소설을 좋아했던 주인공은 마지막화를 본 뒤 작가를 향해 감사의 편지를 후기로 남긴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는 작가를 향해 악플을 남긴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수없이 많은 원작을 향한 경멸이 담겼다.
원작을 사랑했던 이들은 영화를 보고 분노했다. 워낙에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원작이었기에 팬들은 그저 기존 작품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안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아예 다른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수준이 굉장히 낮아진. 원작에 대한 연구나 해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담아 관객을 가르치려는 의도만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관객들은 그 분노를 담은 관람평을 남겼다.
그러자 감독과 제작사 대표는 이를 그저 원색적인 비난으로 치부했다. 관객들의 비판은 영화가 잘되지 않길 바라는 공격이었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 관객들은 영화의 높은 수준을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진 해프닝 정도로 치부했다. 본인들이 실수했거나 잘못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결국 영화는 망했다.
두 번째는 우리 삶에 더욱 와닿는 카카오톡 사태이다. 이는 본인도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 정말로..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카카오톡은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는 역할을 쟁취한 지 굉장히 오래된 어플이다. 그 덕에 일상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필수 불가결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 생태계 속에서 사용자들은 사생활과 공적인 부분을 구분하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멀티 프로필" 기능은 이 과정에 필요한 노력을 덜어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톡은 그걸 잊었나 보다. 본인들의 포지션을 잊은 채 그저 인스타그램이 되고 싶었나 보다.
지금 카카오톡을 접속하면 첫 번째 페이지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내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타인의 사생활 타임라인이다. 거래처 사장님의 대문짝 만한 얼굴과 마주하는 가 하면 연락한 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 속에 잊혔던 사람들의 결혼사진이나 자녀 사진을 보게 되기도 한다. 또한 글 쓰는 사람들끼리 견해나 영감을 공유하기 위해 함께하는 오픈 카톡을 보기 위해서는 관심도 없는 숏폼 콘텐츠를 순간이라도 보고 입장해야 한다. "너네 뭐 하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수많은 이용자들이 비판과 비난을 쏟아냈다. 당장 업데이트를 취소하라는 요청을 시작으로 인터넷상엔 카카오톡의 롤백 버전이 돌아다니기도 하며 평점도 계속해서 끌어내리고 있다. 이런 숭고한 노력덕에 사상 최초로 병무청 어플보다 낮은 평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지금은 기사에 따르면 결국 원상복구를 하겠다며 백기를 들긴 했으나 초반엔 분명 아니었다. 이런저런 변명이 많았지만 결국 그 들의 속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랬다.
"그래서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했고 메타인지도 전혀 안 됐으며 자존심은 세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시가 총액도 3조나 날렸고, 네이트온과 네이버를 향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며 우리는 카카오톡 없이도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쓸데없는 참견으로 인한 잔소리는 무시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우려가 깊어져 진심으로 하는 충고는 받아들이고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택하는 "기싸움"은 굉장히 위험한 선택지가 된다. 이게 비단 규모가 큰 사업적인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매번 옳지 않은 얘기와 잔소리만 하는 직장 상사도 어느 순간엔 정말 걱정되어 다른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라는 조언을 할 수도 있고 농담만 던지는 친구가 진지한 충고를 던질 수도 있다. 그때 우리가 이전에도 그랬다는 이유로 무시한다면 결국 다치는 건 내가 될 것이다.
진짜 카카오톡은 빨리 돌려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