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넘어섬 17화

카페 크로키

분노 속에서 눈에 들어온 카페 전경의 속사화

by wordsfromulsan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깨끗했던 창 위에 투명한 무당벌레가 잔뜩 앉아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운치가 된다. 작열하는 햇빛이 모든 걸 삼키겠다는 듯 내리쬐어도 안에서 밖은 평화롭기에 기분이 산뜻해진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일상과 피로 등을 장난스럽게 꺼내어 자랑하고 있다.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는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각자의 표정을 어린아이들로 돌려놓는다.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조명은 따스하다. 어쩌면 포근하다.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사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오감을 가리는 일상은 언제나 쉼 없이 바쁘게 흘러가기에 카페는 시간과 여유를 판매한다. 우리는 1평도 안될 법한 테이블에 커피와 시간, 여유, 휴식을 주문한 채 잠깐 숨을 돌린다. 그렇게 지쳐있는 우리를 조명이 따스하고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속삭인다. 고생 많았다고. 잠깐 쉬어도 괜찮다고. 음악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편안하다. 너무 처지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미디엄 템포의 팝이나 재즈 음악. 오히려 잘 모르는 노래라서 내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헤매던 일상을 향한 뒤를 돌아보지 않게 해 준다. 원두가 풍기는 향은 코를 즐겁게 간질인다. 알면서도 당한다. 음식은 눈으로 한 번, 코로 한 번, 입으로 한 번씩 먹는다고 하던데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우린 커피를 한 번 먹게 되고 이 덕분에 한 층 더 맛있어진다. 이 모든 것들이 각각의 색을 가진 물감이 되어 투명한 물 잔에 뛰어들어 조화를 이룬다. 모든 색이 섞이면 검은색이 된다는 게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라지만 이 조화는 그걸 보란 듯이 배반하며, 누구나 아름답다고 할 법한 색을 뿜어내 감탄을 자아낸다. 우아하고 수려하게 빛난다.

백조나 오리와 같은 새들은 수면 위의 모습은 우아하고 고귀하지만 그 아래에선 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 작품도 그러하다. 내가 풍경을 감상하고, 쉼을 구매해 여유를 즐기고, 향과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원들이 그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발을 구른다. 거침없는 풍파와 사고가 가득한 일상의 피난처를 만들어주는 그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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