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 “예측할 수 없음은 삶의 결함인가? 아름다움인가...”
카페 디알로고스의 오늘 메뉴는 ‘즉흥 커피’.
진우는 손님마다 커피를 다르게 내렸다.
“오늘만큼은 맛도, 향도, 대화도...
하나도 예측하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 손님은 나심 탈레브.
짙은 셔츠, 빠른 말투, 손엔 아무 메모도 없었다.
“예측할 수 없음은 삶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항상 ‘우연’에 지배당하면서도,
‘계획’을 숭배하죠.
하지만 진짜 기회는 불확실성 속에서 태어납니다.”
라빈이 물었다.
“그럼 계획은 의미 없다는 건가요?”
탈레브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계획은 방향이지 보장된 약속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변수를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예요.”
곧이어 들어온 손님은 에드워드 로렌츠.
단정한 셔츠, 조용한 미소,
다만 눈빛은 매우 정밀했다.
“나는 ‘나비효과’를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뉴욕의 폭풍을 만들 수 있죠.
작은 요소 하나가 전체 흐름을 바꿉니다.”
진우가 물었다.
“그럼 모든 건 우연이고, 혼돈인가요?”
로렌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도 패턴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복잡함을 이해하려 애쓰는 존재죠.
삶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의미 없진 않아요.”
그때 파울로 코엘료가 들어왔다.
헐렁한 셔츠에 어울리는 자유로운 걸음.
지적인 뿔테안경 속의 빛나는 눈.
“나는 운명도 믿고 우연도 사랑합니다.
삶은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더 크고
때로는 더 현명해요.
그래서 가끔은... 길이 당신을 찾아옵니다.”
라빈이 말했다.
“예측할 수 없다는 건 불안한데,
그걸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코엘료는 미소 지었다.
“두려워도 괜찮아요.
대신 그 안에 감춰진 메시지를 들으세요.
직관은 우리가 잊은 옛 지혜예요.
그리고 예측 불가능성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창조의 여지입니다.”
탈레브가 뻣뻣한 수염을 쓸며 말했다.
“불확실함은 위험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로렌츠는 과장된 손짓을 덧붙이며 말했다.
“만일 그 불확실함이 없었다면
우리는 반복 가능한 기계일 뿐이었겠죠.”
진우는 어느샌가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를 열었다.
‘예측할 수 없음은
삶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증거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가끔은 계획을 멈추고 우연을 열어야 한다.’
그날의 ‘즉흥 커피’는 모두 다르게 내렸지만
기묘하게도 모두가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