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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기도의 응답

by 서울

순영은 눈치가 빠른 편이다.

공부는 못했어도 스스로 자신감이 넘쳤던 건 예쁜 외모뿐 아니라 발달된 직감 때문이다.

옆자리의 까무잡잡한 남자는 어딘가 어리숙하고 촌티가 났다.

순영은 이 남자가 말을 걸어왔을 때 이 사람이 자기 손바닥 안에 있을 거란걸 직감했다.


둘은 역 근처 빵집에 앉았다.

말이 느리고 어수룩한 남자의 모습은 순영의 희고 세련된 미모와 대비되었다.

순영의 밝고 친절한 미소는 아름다웠다.

남자는 자신을 진우라 소개하고 수의사라고 했다.

그러니까 서울대 나온 수의사였다.

순영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의사나 검사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순진한 진우는 당연히 순영의 속물스런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잠깐의 대화는 약간의 웃음과 호기심들로 채워졌고 순영의 눈에 진우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진우의 마음은 말해 뭐하겠나.


순영은 진우와 다음 만남을 기약했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지겨운 직장생활도 이제 곧 끝나겠구나 하니,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순영은 미대을 나와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으나 이 일은 결혼 전까지 임시로 한다는 생각이었다.
동시에 교회 생각이 났다.
순영의 교회에는 서울대 출신의 장로님이 있었다.
그 집안은 사업이 잘되어 십일조를 수백만 원씩 냈고,
가족들 또한 품격 있는 엘리트로 교회 안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곤 했다.
가난했던 순영의 눈에는 그런 것이 부러웠다.

순영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내내 기도했던 남자를 만나게 된 걸 감사하는 기도를 하였다.


순영의 불순하고도 세속적인 기도는 쉽게 응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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