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은 이제 늙고 병들었다.
콧대 높고 반짝이던 순영은 이제 없다.
돌아보니 인생이 그녀의 욕심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좁고 어두운 거실에는 웡웡거리는 TV소리만 가득하다.
순영은 홀로 TV앞에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요즘 다니는 병원은 영 시원치 않았다. 서울대학병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 의사는 뭔가 달라도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그러나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경제활동은 하지 않고 끝없이 학위만을 쫓는 딸들은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순영의 손주들 누구도 서울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S대 졸업생은 이 집안에 단 한 명도 없다.
처음 기도 응답이었던 진우가 그녀 인생의 유일한 서울대생이었다.
하나님도 첫 기도의 응답으로 보낸 진우를 멸시한 순영에게 다음 기도는 들어주지 않으셨다.
서울대 나온 타인의 자녀를 자신이 거저 갖고 싶어 한 것도 하나님은 용납하지 않으셨다.
순영이 매일 신에게 애타게 구하던 것은 그녀의 자존심을 위한 것이었다.
사실 신이 순영에게 준 것은 많았다.
아름다운 외모, 사랑스러운 가족들,
그리고 상업고등학교에서도 미술대학에 갈 정도로 뛰어난 순영의 재능이었다.
애석하게도 순영이 평생 초점을 맞춘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서울대는 순영의 존재조차 모른다.
지고지순한 순영의 서울대 사랑은 이렇게 외사랑으로 끝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