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는 날

변론기일 선고기일 그리고 판결문

by 서울

공유물분할소송의 첫 번째 변론기일이었다.

나는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휴가를 내고 참석하기로 했다.

재판 전 나와 나의 변호사가 법정 앞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근처에 있던 어떤 남자가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의 변호사가 말을 중단했다. 상대 변호사였던 거다.



당시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청구취지를 주장했다. 공유자는 4명인데 2개의 토지로 분할하고 피고 2인(나와 어머니)이 원고 2인에게 수천만 원의 가액을 지급하라는 청구였다.


우리는 이렇게 대응했다.

공유물분할의 목적은 공유관계의 해소인데, 4명이 2개의 땅을 갖는 건 공유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가액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머니와 나는 아버지와 가족으로 함께 지냈고 어머니는 20년 간 같이 농사를 지었다는 점,

원고들은 30년 넘게 연락조차 없던 자녀들이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아버지의 책임도 있었다.


소송 초반에 화해권고결정이 났다.

그러나 원고들은 화해권고결정에 이의신청을 하였다.


결국 재판은 계속 이어졌고 첫 변론기일에 내가 참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변론기일에는 변호사가 있다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직접 판사가 어떤 말을 하고, 상대는 어떤 주장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재판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끝나 놀랐다. 마치 긴장하며 준비했는데, 정작 공연은 몇 분 만에 끝난 느낌이었다.

민사 재판에서 재판관을 바라보고 원고는 왼쪽 피고는 오른쪽에 앉는다.

나는 우리 변호사 뒤 쪽 방청석에 앉았다.

판사가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을 호명한다.

그러면 대답하고 각자의 자리에 서 있으면 판사가 앉으라고 한다.

그때 앉아야 한다. 법정은 엄숙해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

판사님은 머리가 새하얀 노인이었다.

판사님이 안경 너머로 쳐다보며 궁금한 점을 원고와 피고 법률대리인에게 물어본다.

재판관의 오른편에는 큰 슬라이드가 있는데 여기에 그동안 제출한 서면들이 보인다.

판사가 증거나 서면을 띄워두고 질문하고 마지막에는 원고 더 할 말 있습니까?

또는 피고 더 제출할 것 있습니까?

물어보고 더 있다면 다음 기일을 잡는다. 없다면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잡는다.


이번 재판에서는 원고 측 변호사는 추가 감정평가를 하겠다고 하였으므로 다음 기일이 잡혔다.

그 사이 원고들은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지적측량을 하여 서면을 냈는데 이 감정은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원고들이 원하는대로만 측량을 수행한 것 뿐이었다. 변호사와 나는 왜 의미 없는 측량을 했을까 의아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1달 반 이후에 잡혔다.

우리 변호사가 워낙 서면을 잘 써서 내가 다시 내려가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두 번째 변론기일에는 원고들은 나오지 않았고 원고대리인과 피고대리인 그리고 어머니가 출석하였다.

판사는 변호사들과 몇마디 나누고는 어머니께 할 말이 있냐고 물어보셨단다.

어머니는 그 간의 고충을 털어놓았고 판사는 '여기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 피고(어머니)일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셨다.

이 날 재판이 종결되었고 한 달 뒤로 선고기일이 잡혔다.


선고기일에는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재판관들이 사건번호 대로 선고 하고 당일 바로 전자소송사이트에 결과가 공지된다.


이 사건은 소장 제출부터 판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수차례의 서면 교환, 각자의 주장들, 법리 다툼이 오갔다.


판결은 원고일부승 경매분할이었다.

소송비용은 각자부담으로 종결되었다. 경매로 분할하라는 판결은 남은 상속 절차를 경매법원이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판결문은 나름 성의있게 써 주셨다. 이 땅이 어떻게 경작되어 왔고 기여한 사람이 누구이며 왜 현물 분할할 수 없는지, 원고들이 가액을 요구할 이유가 없음이 꽤 상세히 적혀있었다. 대부분 우리의 주장을 반영한 판결문이었다. 우리의 승리였다.


판결문을 받고 2주 이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된다. 원고들은 항소하지 않았다.

소송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지만 감정적 상처는 깊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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