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by 서울

소송이 시작된 지 4개월 정도 되었을 때 법원에서 화해권고결정이 났다. 우리는 이제 끝나길 기대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곧바로 화해권고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재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원고 중 동생이 어머니와 나의 지분에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가처분결정은 1주일 만에 인용되었다.

가처분은 부동산에 대해 일체의 매매, 임대 등 처분에 대한 변경을 금지하는 결정이다.

이 난리가 난 토지를 팔 수도 없는 상황에 가처분까지 걸어 놓는다는 것 자체가 무척 불편했다.


한 달 후 문자 한 통이 왔다.

동생이었다.

20여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생은 내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었다. 재회 후 지난 6개월 동안 카카오 톡으로 험한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어 적잖이 놀랐다. 나는 사회인이 되어서 듣도 보도 못한 망측한 말과 글들에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그러던 동생이 이번 문자에선 나긋나긋한 말투였다. 벌써 이상했다.

"땅을 매수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왔어.

오늘 가계약금을 보내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줄 건데 매도 의사가 있으면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매도 의사가 없어도 답장을 주면 좋겠어."

갑자기 땅을 팔자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소송 걸었잖아. 불과 몇 주 전에 땅을 팔 수 없게 가처분도 걸었잖아.

소송 중인데...

변호사비도 이미 냈어.'


게다가 이 말투는 무슨 상황인가. 그동안 카톡의 험한 언사와 소장의 서슬 퍼런 요구는 어디 간 건지.


나는 이미 늦었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송과 가처분을 취소한 뒤에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제안이라도 소송 중에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결국 강요처럼 느껴졌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답변을 후회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절차가 있다. 주도권을 쥐고자 소송을 이용하는 건 옳지 않다. 지금도 그 생각은 확고하다.

나와 어머니는 그들이 예상한 대로 그 당시 소송이 두려웠다.

형제들이 잘못 예측한 건 우리가 그 두려움에 곧바로 항복할 거라는 거였다.


그날을 되돌아보니

그때가 우리가 함께 땅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긴 했다.




<법률팁>


앞의 이야기처럼 소송 중에 걸린 것이 바로 ‘가처분’이다.

가처분은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게 잠시 묶어두는 장치다.
재판이 끝나기 전, 상대방이 부동산을 팔거나 임대해 버리면 판결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래서 법원은 임시로 재산을 보호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이것이 바로 가처분이다.


공유물분할소송에서의 가처분

여럿이 함께 소유한 재산, 예를 들어 형제자매가 상속받은 땅이 있을 때 분할 소송이 진행된다.

이때 다른 공유자가 매매나 임대 등의 처분을 못하도록 묶어두는 것이다.

장래에 승소판결로 취득하게 될 특정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피보전권리’라고 하는데, 바로 이를 지켜 달라는 의미다.

그래서 공유물분할소송 전이나 초기에 가처분을 해 두는 경우가 많다.


가압류와 가처분의 차이


가압류
상대방의 재산을 보전해 두는 장치다. 돈을 받아낼 권리가 있는데 재산이 사라질 우려가 있을 때 사용한다.
요건은 ① 승소 가능성, ② 자산 보전의 필요성, ③ 그 재산이 상대방 소유라는 점이다.
보통 상대방 몰래 결정되며, 법원에 보증금을 내야 한다.


재산 상태 유지 가처분
재산을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공유 땅에 건물을 새로 올리거나 임의로 분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판결 이후 권리 행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예방한다.


다시 말해, 가압류는 돈을 지키는 장치, 가처분은 권리 상태를 지키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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