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 제목 :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 저자 : 알랭 드 보통
✿ 출판 : 은행나무
읽을 때마다 무슨 말인가 싶어 같은 문장을 몇번씩 되읽으면서도
마치 내 이야기같아 격하게 공감하며 인덱스가 100개씩 붙는,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알랭 드 보통" 작가 글의 매력이다.
이 책은, 그런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사랑"에 관한 삼부작 중 세 번째 소설이다.
-
이 책은 쉽게 말하자면..
극 F 성향(관계·사람 위주로 판단하는 성향)의 주인공 "앨리스"가 극 T 성향(사실·진실 위주로 판단하는 성향)의 남자친구 "에릭"과 겪은 연애담이다.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던 앨리스가 "연애 인플레",
다시말해, 연애의 수요는 있지만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 처해있던 중 파티에서 우연히 에릭을 발견했을때,
나는 어쩜 내적 환호를 질렀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내가 지금 기나긴 연애 인플레를 겪고 있는 중이고,
그런 동지에게 드디어 제 짝이 찾아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다른 계획이 없는데요."
"내가 운이 좋군요. 뭐든 합시다."
"뭘요?"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뭐든. 마음껏 하루를 보내자구요.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어요."
"제정신이 아니군요."
- 사랑을 사랑하다
-
그래서 나는 그녀의 연애가 순탄하길 바랬다.
그러나 앨리스가 생각하는 사랑의 본질이 에릭의 것과 달랐고
그녀는 그런 에릭으로부터 계속해서 사랑을 구했다.
왜 연인간엔 갑을관계라는 것이 생겨날까.
왜 투명하고 온전하게 마음을 내비치는 쪽이 상대적인 패자가 되는 걸까.
하지만 사랑에서는 권력이 훨씬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정의에 의존하는 것 같다. 사랑에서는 권력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능력으로 간주된다.
- 권력과 007
-
지금 내가 가진 연애관은 이전 연애의 흔적들이다.
나에게는 내가 가진 이 연애관이 정답일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연애관을 갖고 내 세계에 찾아온 그 사람도 본인의 것이 정답일 것이다.
20대의 연애는 경험한 모든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말랑한 점토 같았다.
그건 말랑한 두 사람이 만나 어떤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0대를 보내며 자기만의 형태가 단단해져가는 우리들에게
나와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사람이라는 게, 어쩌면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은 성숙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함께할 수 있는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한동안 합치되었던 것은, 넓고 갈림길이 많은 길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
- 연애의 조각 맞추기
크고 작은 상처의 경험으로 빗장을 걸어잠근 지금의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 건
저 사람이 나의 반대쪽 조각 같아서가 아니라,
확신. 너와 나는 분명히 다르지만 그게 틀린게 아니라는 자기확신 때문이었다.
걸음이 빠른 나지만, 천천히 걷는 너와 손잡는다면 발을 맞춰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거야. 하는 확신 말이다.
이거면 그때 그 관계가 더 나아가도 될 이유로 충분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관계의 기반은 상대방의 특성이 아니라, 그런 특성이 우리의 자아상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우리에게 적당한 자아상을 반사해주는 상대방의 능력에 기초해서. 에릭은 앨리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알려주는가?
- 내가 어떤 사람이 되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