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

by 윙글

실업계 학교에는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다.

나처럼 학원을 보내지 못할 정도의 아이도 있고, 반찬 걱정을 할 정도로 더 어려운 아이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는 아이가 비뚤어지기 쉽다.

가출도 흔했고 싸움도 잦았다.


비뚤어지지 않더라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빠에게 맞고 온 남학생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으니까.


헤어진 부모님의 빈자리가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이혼이 흔해지는 시대라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혼까지 가기도 전에, 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부모도 아이도 상처투성이가 된다.


겉으로 볼 때는 몰랐다.

속내를 털어놓는 순간에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었다.


각자 나름의 상처들이 모여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모여 등짝을 팡팡 내리치고 장난을 쳤다.


울고 온 날은 눈이 부었다고 놀려댔다.

친구집에 갈 때는 먹을 것을 사갔다.

반에 한 두 명 있는 부유한 집 아이는 부유함을 숨기거나 가난한 아이를 얕잡아 보지 않았다.

그저 바나나 우유나 떡볶이를 가끔 사 줄뿐.


그런 너희들이 좋았다.

가난하지만 우리는 가난하지 않았다.

집은 가난했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로 인해 마음 가득 풍족했다.



너는 처음부터 자퇴를 염두하고 이 학교에 입학했지만 친구들이 너무 좋아 눌러앉게 되었다고 했다.

짜식...!

우리도 친구들이 좋아.


그리고 너는 좋아하는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생일파티를 했었다.

초등학생 때나 하는 집들이 생일잔치를 고등학교에 와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생일축하 노래도 불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건, 기억나더라도 기억하고 싶지 않구나.


어쨌든 너희 집에서 한 생일파티는 몇 가지 기억이 남는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진 밥상과 몇 십 년째 쓰고 있다던 압력솥 자랑.

깨끗하고 넓은 평수의 아파트.

집 좋다!

살짝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마저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근데...

물컵을 쓰면 속까지 깨끗이 씻어서 엎어놓으라고 했잖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웃었냐?

놀리냐?



커버 사진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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